"“내 인터뷰 때 어느 나라 선수들이 방해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 없다. 또 특정 선수를 지목하지도 않았는데 일이 왜 이렇게 크게 불거졌는지 나도 모르겠다. 선수들은 모두 경쟁관계에 있고 경기장에서 흔히 일어나는 장면들을 봐 오다가 말을 했을 뿐이다"
22일(한국시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LA에 도착한 김연아가 최근 SBS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연습방해 발언으로 인해 일본 빙상연맹에서 대한빙상경기연맹(KSU)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오고 한일 네티즌들 사이에 감정싸움으로 비화되는 등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한 말이다.
KSU는 이번 논란에 대해 발언 의도가 와전된 ‘해프닝’이라고 결론지었다. <한겨레> 22일자에 따르면 이치상 KSU 사무국장은 “김연아가 특정 국가를 지칭한 게 아니며, ‘자기 보호 차원에서 조심해야 할 것 같다’는 취지의 발언이 와전됐다. 미국 현지에서 일본 쪽에 이런 사실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연아의 입장표명과 KSU의 결론 모두 김연아가 일본의 선수에게 방해받았다고 한 적 없으니, 그리고 피겨 경기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에 대해 평소 느낀바를 거리낌없이 얘기한 것일 뿐이니 진상조사 공문을 보내며 발끈한 일본 연맹이나 피겨팬들은 오해를 풀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너무나 허무하고 어정쩡한 결론이 아닐 수 없지만 어찌보면 그런 결론은 이미 처음부터 예정된 수순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논란을 조기에 수습하고 김연아로 하여금 세계선수권에서의 연기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SBS의 문제의 보도를 되짚어 보면 김연아가 특정 국가, 특정 선수를 지칭하지 않았다는 말은 맞다. 문제는 SBS의 보도 화면이다. 보도 화면에 잡힌 장면은 모두 김연아와 일본 선수들이 충돌할 뻔 하거나 김연아가 자신의 주위에 있는 일본 선수로 인해 점프 연습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장면들이었다. 보도 내용으로만 보면 김연아가 특정 국가, 특정 선수를 직접 언급하지 않았어도 일본의 선수들에게 방해 받았다는 사실로 인식될 수 있는 보도였다.
김연아의 입장표명을 보면 'SBS의 보도 내용과 내 발언과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는 것으로 들릴 소지가 있다. 그렇다면 이번 논란의 주범은 김연아가 별 생각없이 한 말을 대단한 특종인양 보도한 SBS인 셈이다.
김연아의 팬들은 이번 논란의 과정에서 일본 연맹이 KSU에 진상조사 공문을 보내며 발끈 한 것을 두고 '도둑이 제 발 저리는 것'이라고 힐난을 보내고 있으나 SBS의 보도 내용만을 놓고 보면 일본 연맹에서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 만한 사안이었다. 또한 일본 연맹이 조사를 요구한 것은 김연아의 발언 취지 뿐 아니라 SBS의 보도 경위에 대해서도 조사를 요구한 성격이 짙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SBS의 보도는 사실상 일본 선수들에 의한 연습방해 행위를 지칭하고 있다는 말이다.
한국의 피겨팬들은 KSU가 팬들이 만들어 유튜브 등 동영상 사이트에 올려놓은 증거 동영상을 들이대며 일본 선수들의 연습방해 행위가 있었음을 이번 기회에 분명히 밝혀내라고 요구하고 있으나 KSU가 그런 사실을 동영상만을 가지고 증명해내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김연아에 대한 연습방해를 행상 일본 선수들의 고의성을 어떻게 증명할 수 있겠느가? 더군다나 김연아 스스로 일본 선수한테 방해받았다고 말을 한 적이 없고, 그런 연습방해 행위가 경기장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음을 밝힌 마당에 유독 일본 선수들을 상대로 그런 조사가 가능할 것인가?
'무죄추정의 원칙'이라는 것이 있다. 피고인 또는 피의자가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통해 유죄판결이 확정될 때까지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을 이번 경우에 대입해 본다면 일본 선수들의 김연아에 대한 연습방해 행위에 대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나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 같은 곳에서 정식으로 조사에 나서 일본 선수들의 고의성을 밝혀내지 않는다면 공식적인 입장에서 일본의 선수들은 라이벌 선수의 연습을 방해해 스포츠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말이다.
만약 김연아가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한 이후 우승에 얽힌 비하인드 스토리로 연습방해 보도가 나왔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그렇지만 준엄하게 일본 연맹이나 일본의 라이벌 선수들을 꾸짖을 수 있었겠지만 중요한 대회를 목전에 두고 연습방해 보도를 내보내 논란을 키움으로써 김연아의 세계제패 길목에 잠시마나 골치거리를 안긴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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