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페예노르트 소속으로 현재 전남 드래곤즈에 임대 선수로 활약중인 이천수의 이적 문제를 두고 국내 언론들이 또 다시 '이천수 죽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 나스르라는 클럽에서 거액의 몸값을 제시하자 이에 혹한 이천수가 그 몸값으로 현재 지고 있는 자신의 빚을 갚기 위해 거짓말로 언론 플레이를 펼쳤고 수원삼성에서 임의탈퇴 당해 선수생명의 위기에 처한 자신을 구해준 전남 구단과 박항서 감독을 배신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그런 문제가 불거졌는데 전남 구단이나 이천수 측에서 어떤 공식적인 입장 표명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저 몇몇 스포츠 언론이 전남 측으로부터 흘러나온 몇몇 이야기들을 가공해 '...라고 알려졌다'는 식으로 추측성 기사를 양산, 이것이 마치 사실처럼 굳어지고 있다.

사실 그렇다. 이천수가 실제로 빚이 많고 돈 욕심에 전남 구단과 박항서 감독을 속이고 이적에 관한 언론 플레이를 했을 수도 있고, 그 때문에 팬들이나 언론이나 구단이나 박감독이나 모두 배신감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상황을 좀 더 냉정히 보면 현재 한국 언론이 이천수를 다루는 태도가 다분히 감정적이고 폭력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다시는 K-리그 무대를 밟을 수 없을 것이라거나 2010년 월드컵 출전은 물건너 갔다는 식의 보도를 보고 있노라면 도대체 이런 식의 보도를 통해 팬들을 자극하는 것이 언론으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언론의 비판 기능은 대안적이고 생산적일 때 가치가 있는 것이지 단순히 소모적이기만 해서는 의미가 없다.

우선 몇 가지 알려진 사실관계를 살펴보면 6월 1일까지는 전남이 이천수의 이적에 관한 권리를 갖고 이후 3개월간은 페예노르트에서 이천수의 이적을 추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페예노르트는 전남에게 이천수를 전남에 완전 이적 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타진했지만 전남은 당시 이천수를 완전 영입할 마음이 없었다.

'감자 세리머니'로 이천수가 징계를 받기는 했지만 출장정지가 풀린 이후이천수가 연일 골을 터뜨리며 팀을 중위권으로 도약시키는 등 완연한 부활의 신호를 보내고 있었음에도 전남은 이천수를 완전 영입하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던 셈이다. 물론 그 기저에는 지금 '우리가 이천수의 보유권을 갖지 않는다고 페예노르트가 이천수를 어디에 팔아 넘길 수 있겠는가' 하는 안일한 생각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후 '이천수 바겐세일'에 들어간 페예노르트가 이천수에게 우리돈 10억원의 연봉을 주겠다는 사우디 클럽을 찾아냈다.
 
여기서 이천수의 '반의사 이적 추진' 자작극 의혹이 불거진다. 페예노르트가 이천수의 의사와 관계없이 이적을 성사시켜도 이천수는 거부할 권리가 없다는 내용이 이천수 측 누군가에게서 흘러나왔다. 이후 국내 언론을 통해 알려진 바로는 이천수가 거부권이 없다는 말은 거짓인 것으로 보도됐다. 물론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지 명문 규정이 확인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이천수가 박항서 감독에게 찾아가 '빚을 갚아야 겠으니 나를 좀 놔달라'고 요청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도 함께 보도됐다.

결국 전남 구단은 이천수를 놔주기로 결정했고, 이천수를 영입하는데서 들어간 비용은 위약금 형식으로 받게 돼 금전적인 손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전남 구단도 이천수가 임대 기간 중 다른 팀으로 떠날 수 있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위약금 조항을 명시했다면 이천수가 다른 구단으로 지금 떠나는 것이 무슨 조국을 배신하는 일 정도 수준의 '죽일 죄'는 아닌 셈이다. 전남 구단과 박 감독과의 의리 때문에 개인적인 금전적 어려움을 단숨에 해결할 수 있는 길이 열렸는데 그냥 지나쳐야 한단 말인가?

이에 대해 이천수가 빚이 있다는 것도 거짓말일 거라고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천수 본인이 아닌 이상  그의 개인사를 누가 그렇게 정확히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내년 남아공월드컵 출전을 희망한다고 며칠전까지 언론을 통해 밝혔던 이천수가 단지 지금보다 좀 더 금전적으로 좋은 대접을 받아보겠다고 고국의 스승과 동료들을 모두 속이고 사우디까지 날아갈 생각을 할까? 이천수가 최소한 그런 정도의 바보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필자도 이천수의 이적과 관련해서 알마전 포스팅을 한적이 있고 이천수의 '반의사 이적 자작극' 의혹이 불거졌을 때 잠깐 이천수가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안쓰러운 생각도 든 것이 사실이다. 그가 과거 한국 축구에 얼마만큼의 헌식적 기여를 했는지,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들의 '낚시질 경쟁'에 희생되며 얼마나 많은 부당한 구설수에 시달렸는지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번  이천수의 이적 문제도 도의적 책임이라는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지언정 비즈니스적으로 계약서에 없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일단 이천수의 향후 활약상을 예의 주시하고 그 결과를 담담히 팬들에게 기사로 알리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 아닐까? 그러다 보면 언젠가 이천수가 정말 돈의 노예였는지 아니면 어떤 피치못할 사정에 의해 그런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지 밝혀질 날이 있을 것이다. 평가는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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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디터 J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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