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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또 올림픽행 좌절' 한국 남자배구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카테고리 없음 2015. 8. 12. 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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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남자배구가 또 다시 올림픽 무대를 밟는데 실패했다.

     

    문용관 감독이 이끈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은 최근 이란 테헤란에서 끝난 제18회 아시아남자배구선수권대회를 7위로 마쳐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하계올림픽 본선 진출 티켓을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이후 4개 대회 연속 본선 진출 좌절이다.

     

    최소 3위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내걸고 출전했던 이번 대회에서 아시아 최강이란을 7년 만에, 그것도 이란의 안방에서 잡아낸 것까지는 좋았지만 이후 8강전에서 일본에게 2-3으로 패한 데 이어 5-8위 결정전에서 대만에게 28년 만에 굴욕적인 패배를 당한 결과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테헤란 참사로 불리는 이번 한국 남자배구의 아시아선수권 7위와 올림픽 본선 진출 무산은 예견된 참사였다는 지적이 많다.

     

    잘 훈련된 최정예 멤버들을 데리고 나가서 대회를 치렀어도 목표를 달성하기 만만치 않았던 상황에서 주전급 선수들의 줄부상에다 선수 차출에 대한 프로구단들의 미온적인 태도가 결국 최상의 대표팀 전력 구축에 걸림돌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전 레프트 전광인(한국전력)과 송명근(OK저축은행)이 부상으로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고, 최홍석(우리카드)과 문성민(현대캐피탈)이 대회를 앞두고 대표팀에 합류했지만 100% 컨디션이 아니었다. 신영석(상무)과 서재덕(한국전력)도 경기에 나서긴 했지만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선수들의 기량과 컨디션이라기 보다는 대표팀과 올림픽을 생각하는 선수들의 정신에 있다는 지적이 많다. 어차피 나가 봐야 메달 획득 가능성이 희박해 병역 혜택에 대한 기대가 아시안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올림픽에 임하는 데 있어 큰 의욕이 없다는 것.

     

    이 시점에서 아 옛날이여같은 노래를 읊조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어쨌든 옛날 이야기를 해보자면 1980-1990년대 한국 남자배구는 적어도 요즘과 같은 나약한 모습은 아니었다.


    그 시절 이란과 같은 중동국가는 강팀이 아니었지만 중국이나 일본은 그때도 한국의 라이벌이었다. 한국이 확실한 우위를 가졌다고 할 수 없던 시설이었다.

     

    특히 중국은 언제나 중요한 순간 한국의 발목을 잡곤 했다. 평균 신장 등 신체적 조건이나 기량적인 면에서 언제나 한국보다는 우위에 있었다. 일본 역시 자국 리그의 높은 인기를 바탕으로 수 많은 스타 플레이어들이 배출됐고, 대표팀 전력도 수준급이었다.

     

    이에 맞서는 한국은 신체적인 조건부터 열세였고, 선수층 역시 얇았지만 결코 일본이나 중국에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강만수, 장윤창 강두태, 이상렬 등 시원시원한 강타를 터뜨리는 거포들이 즐비했고, 김호철, 이성희, 이경석과 같은 유능한 세터들과 유중탁, 정의탁과 같은 속공의 명수들이 만들어내는 조직적인 플레이는 신장의 열세를 극복해 내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무엇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국제대회에서 태극마크를 가슴에 달고 국가를 대표하는 선수로서 활약하는 선수가 어떤 태도로 경기에 임해야 하는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았어도 그들이 펼치는 플레이 하나하나에 뚝뚝 묻어났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나 올림픽 메달 가능성을 따지고, 병역혜택을 꿈꾸는 등의 생각 없이 그저 국가대표로서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쳐야 한다는 정신무장이 플레이에 그대로 보였다는 말이다.

     

    경기를 풀어나가는 모습에 있어서도 앞서 언급했듯 짜임새 있는 조직력을 앞세워 파워와 신체적 조건의 열세를 극복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 대표팀의 경기는 그야말로 단조로운 전술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언제부터인가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워진 것이 조직적이고 빠른 속공이다. 다양한 전술에다 스피드까지 겸비한 일본 배구에게 한국 배구가 작년 인천아시안게임 4강전부터 월드리그, 아시아선수권대회까지 한국의 발목을 잡힌 것은 어찌 보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외국인 선수 한 명에게 팀 공격의 절반 이상을 의존하는 몰빵 배구에 맛을 들인 프로배구 V리그 구단들의 행태가 만들어낸 부작용이다.

     

    키 크고 점프력 좋고 파워까지 좋은 외국인 선수에게 오픈 토스 한 번이면 득점이 되는 배구에 익숙하다 보니 부지런하게 다양한 전술적 움직임을 소화하는 배구가 필요 없게 된 것이 한국 남자배구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각광 받는 국내 선수는 유능한 세터나 속공이나 시간차 공격, 이동공격을 능수능란하게 펼치는 영리한 센터가 아니라 수비 잘하는 리베로나 블로킹 잘하는 센터뿐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선수들의 신체적 조건과 파워가 모두 유럽 선수들 못지 않게 좋아졌지만 국제 경쟁력을 갖춘 스파이크 서브나 가공할 만한 압도적인 타점과 파워를 자랑하는 거포를 찾아보기도 어렵다.

     

    과거 유럽에서 활약하며 세계적인 세터로 손꼽혔던 김호철과 같은 세터를 지금 한국 배구에서 기대하기 어렵다. 세터 포지션뿐만 아니라 다른 포지션의 그 어떤 선수도 세계를 가슴에 품는 선수를 찾기 어렵다. 문성민 정도가 유럽 무대를 노크했지만 결과적으로 그도 유럽 무대를 노크하는 시늉만 냈을 뿐이다.

     

    작년 말 국내 언론 보도에 따르면 한국배구연맹(KOVO)2013∼2014시즌을 앞두고 프로배구 V리그의 TV중계권료로 KBSN에게 받기로 한 중계권료는 3년간 100억원. 겨울 스포츠로서 경쟁 관계에 있는 농구가 마땅한 방송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상황과는 사뭇 차이가 나는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차이의 원인은 결국 높은 시청률 때문이다. 그런 인기의 무게는 여자배구보다 남자배구 쪽에 기울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한국 배구의 체면을 살려주는 쪽은 유럽 무대를 호령하며 세계 최고의 공격수로 성장한 김연경이 버티고 있는 여자배구다. 여자배구에 비한다면 남자배구는 그야말로 빛 좋은 개살구에 다름 아니다. 그나마 예전엔 정신이 살아있는 배구를 했지만 지금은 그마저도 실종됐다.

     

    한국 남자배구의 시간은 거꾸로 가고 있다. 한국 남자배구의 시간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가게 만들기 위한 내실 있는 계획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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