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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흑백TV로 지켜본 '홍수환 4전5기' 전설적 명승부의 추억
    카테고리 없음 2016. 9. 7.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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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자가 5살 때 기억을 떠올린다고 있다고 하여 거짓말이라고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으나 그 기억 만큼은 희미하지만 분명히 가지고 있다.

     

    바로 홍수환의 45기 역전 KO승 경기다.

     

    4차례 다운이 되고도 다시 일어나 역전 KO승을 거둔 세계 프로복싱 역사에 전무후무한 경기로 기억되고 있는 이 명승부를 필자는 5살 나이에 생중계로 봤다.


    홍수환(66) 한국권투위원회(KBC) 회장은 1977 11 26일 지구 정반대편인 낯선 땅 파나마에서당시 11 11 11KO이라는 경이적인 KO승 퍼레이드를 이어가며 ‘지옥에서 온 악마로 불리던 17살의 강타자 엑토르 카라스키야(56)와 세계복싱협회(WBA) 주니어페더급 초대 타이틀전을 펼쳤다.


     


    필자의 아버지는 언제나 프로복싱 세계타이틀전을 볼 때면 막걸리가 놓인 조촐한 술상을 앞에 두고 초집중 상태로 경기를 지켜보곤 하셨는데 그 날 역시 아버지 앞에는 막걸리상이 있었고, 필자도 아버지 옆에서 이억만리 타국땅에서 전해지는 화면이 흘러나오는 흑백TV에 시선을 고정했다.

     

    홍수환에게 적지, 카라스키야에게는 홈링이었던 파나마였기에 판정으로 간다면 승부는 뻔했다. 그렇다고 초반부터 카라스키야와 맞받아치는 전략을 택하는 것 역시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

     

    1라운드 탐색전을 끝낸 두 선수는 2라운드에서 맞붙었다. 그런데 홍수환이 카라스키야의 주먹에넘어졌다. 첫 다운은 소위 반짝이 다운같았다. 하지만 다운이 두 번, 세 번, 네 번까지 이어지면서 충격이 누적되는 모습이 보였다. 그렇게 2라운드가 끝이났다. 공이 살린 셈이다.

     

    당시 WBA프리 넉다운제그러니까 다운을 몇 번을 당해도 선수가 싸우고자 하는 의사를 보이면 끝까지 경기를 진행하는 룰을 채택하고 있었다. 만약 세계복싱평의회(WBC) 룰이었다면 세 번째 다운에서 이미 경기는 카라스키야의 승리로 마무리 됐을 것이다.

     

    어쟀든 2라운드 종료를 알리는 공이 울리자 TV를 보시던 아버지는 에이 졌다. 딴 데 틀어라고 말씀하시고는 자리를 펴고 누우셨다. 필자도 TV를 끄고 나가 놀려고 나서던 찰나, 옆집에서 !’하는 함성과 박수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아버지께서 다시 벌떡 일어나시더니 TV를 켜셨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홍수환이 양손을 번쩍 들고 글러브 낀 손으로 마우스 피스를 빼면서 환호하고 있지 않은가.

     

    잠시 후 TV에서 경기 상황을 다시 보여줬다. 짧은 휴식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컨디션을 회복한 홍수환이 3라운드 들어 적극적인 공세에 나섰고, 그러던 중 홍수환이 던진 왼손 레프트 훅이 카라스키야의 안면에 적중되자 카라스키야는 충격에 당황한 듯 뒷걸음질을 쳤다. 홍수환은 그 찰나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고, 카라스키야를 링으로 몰아 끝내 그로기 상태에 빠진 카라스키야의 안면에 피니쉬 블로우를 작렬시켰다.

     

    링바닥에 누운 카라스키야는 일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았고, 레프리의 카운트가 끝날 때까지 일어나지 못했다. 최연소 세계챔피언 등극이라는 카라스키야의 꿈도 그렇게 물거품이 됐다.

     

    이후로 필자는 홍수환이 카라스키야를 쓰러뜨릴 때 한 손으로 거리를 재고 다른 한 손으로 펀치를 날리는 모습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재현하곤 했다. 어른들도 죄그만 꼬마가 그 장면을 기억해서 따라하는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계속 시키곤 했다.

     

    어쨌든 그렇게 홍수환은 어린 시절 필자의 우상이 됐다. 지금도 그는 필자의 우상이다. 이후 전설의 복서들이 펼친 수 많은 프로복싱 경기를 봤지만 홍수환의 45에 필적한다고 느낄 만한 경기를 만나진 못했다.

     


    지금으로부터 약 40년 전 파나마에서 맞붙었던 홍수환과 카라스키야가 오는 9일 재회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지난 1999년 국내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이후 17년 만의 재회다. 홍수환은 현재 한국 대표 프로복싱 기구의 수장이 돼 있고, 카라스키야는 파나마에서 국회의원으로 활동 중이다.

     

    파나마에서는 여전히 프로복싱이 인기 스포츠지만 한국에서 프로복싱의 현실은 참담하다. 기나긴 침체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는 한국 프로복싱의 수장으로 홍수환 회장이 카라스키야에게 한국 프로복싱의 현실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 할 지 자못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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