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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주 태권도 세계선수권을 통해 본 태권도, 그리고 태권도 위기론
    카테고리 없음 2017. 6. 29.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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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 스포츠칼럼니스트] 지난 15일 도종환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고 있던 국회에서 한 바탕 진풍경이 펼쳐졌다.

     

    한 국회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태권도 경기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몸을 써가며 설명하는 상황이 펼쳐진 것.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와 같은 상황을 연출한 주인공은 이동섭 국민의당 의원이었다.

     

    이 의원은 “지금 태권도가 얼마나 중요하냐면 외국에 세종학당이 있다. 한글을 보급하기 위한 기구 인데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작동되는 게 한 가지 있다. 태권도를 가르쳐 준다고 하면 많이 몰립니다. 태권도는 처음부터 우리말로차렷’ ‘경례그리고 품새를 시작합니다라고 말한 뒤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예를 들어 제가 잠깐 시범을 보이겠습니다며 태권도 시범을 보였다. 이 의원은 우렁찬 소리로차렷’ ‘경례라고 외치며 절도 있는 손동작을 펼쳐 보였다.

     

    상황은 우스웠지만, 그리고 그런 상황이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벌어지는 것이 적절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태권도의 종주국인 대한민국에서 태권도가 처해 있는 열악한 현실과 우려스러운 미래에 대해 어필하는 데는 나름대로 성공을 거둔 듯하다.

     

    이날 이동섭 의원이 언급한 내용 중에 한 가지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바로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 태권도의 위상이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냐의 문제다.

     

    이 의원은 이날 태권도가 2020년 도쿄올림픽 정식종목이기는 하나 일본의 고유 무술인 가라데도 함께 정식 종목으로 채택, 언제 가라데에 밀려 태권도가 정식종목에서 밀려날 지 모른다는 위기의식도 드러냈다.

     

    실제로 지난 몇 년간 국내외 스포츠 계에서는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 태권도의 위기를 이야기 하는 사람들이 많다.

     

    경기의 룰도 복잡해 보이고, 무엇 보다 재미가 없다는 부분은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선수들이 전자호구의 반응 패턴을 인식, 점수를 내는 데 필요한 동작을 익히는 데 급급한 나머지 격투 스포츠로서 태권도가 갖는 역동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그래서 최근 태권도 경기를 지칭해서 등장한 신조어가 바로 발로 하는 펜싱이라는 의미의 발펜싱이라는 단어다. 일각에서는 태권도가 발펜싱이라는 한계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올림픽 무대에서 언제 퇴출된다고 해도 억울할 것이 없다고 경고하기도 한다.

     

    지난 24일 개막해 이제 폐막을 앞두고 있는 세계태권도연맹(WTF) 세계선수권대회는 태권도가 발펜싱이 되지 않고 공격적이고 흥미진진한 경기로서 팬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대회로 치러졌다.

     

    이번 대회에서는 발펜싱을 막기 위해 3초 이상 다리를 들고만 있거나 상대 공격을 막기 위해 다리를 3초 이상 허공에 젓는 동작에 대해서는 감점을 주기로 규정을 손질했고, 실제 판정에 적용됐다. 일부 경기에서는 여전히 문제의 발펜싱 동작에 대해 감점이 주어지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이전 여러 대회 때보다 문제의 행동이 줄어든 것을 확인해 볼 수 있었다.

     

    그 동안 태권도가 가진 문제로 지적 받아 온 다른 한 가지는 역시 득점 상황이 불분명하고 판정 기준 역시 애매하다는 지적이었는데 이 부분은 이번 무주 세계선수권대회에서도 여전히 개선할 점이 많아 보였다.

     

    무엇 보다 타격에 의한 득점 장면이 관중들의 육안으로 잘 보이지 않는 점은 어떤 방법으로든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는 더욱 더 공격적인 태권도 경기, 재미 있는태권도 경기를 만들어 내기 위해 그 동안 기울여 온 노력들이 결코 헛수고가 아님을 보여줬다고 평가할 만하다.

     

    가장 큰 진전은 일단 태권도의 룰을 관중들이 쉽게 접할 수 있고, 선수들의 득점 상황을 관중들이 예측하고 이해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이는 TV 중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IOC 내부에서 태권도를 정식종목으로 계속 남겨도 되겠다는 여론이 형성될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태권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서 가라데의 위협을 받을 수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태권도가 가라데 외에 다른 종목에 밀리면 밀렸지 적어도 가라데에게 밀려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탈락하는 일은 그야말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라고 보여진다.

     

    태권도가 경기의 룰이나 경기의 진행을 위한 전자호구 등 각종 장비와 개인 보호장비 등이 체계적으로 관리되고 경기에서도 잘 적용되고 있는 반면 손과 발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경기를 펼치는 가라데는 아직 전반적인 선수들의 경기 모습이나 경기 운영이 유도 경기와 흡사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문제는 태권도나 가라데 모두 다른 올림픽 정식 종목들에 비해 재미라는 측면에서 아직은 충분하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UFC와 같은 자극적인 비주얼의 종합격투기에 길들여진 스포츠 팬들의 눈에 과연 태권도나 가라데가 재미 있는 스포츠로 인식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무주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폐막을 하루 앞둔 시점에서 바라본 태권도의 현주소는 분명 발전중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하지만 올림픽과 같은 무대에서 인기 스포츠로 발돋움하고,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계속 살아남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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