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도전중인 한국 축구대표팀의 허정무 감독이 한국 축구에 대형 공격수가 부족하다는 걱정을 털어 놓았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13일 파주 NFC에서 열린 기술위원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타켓형 공격수는 앞으로의 숙제다. 대표팀의 정성훈은 K리그에서 골을 넣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결정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최종예선 UAE전 이후 찬스를 못 살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며 "메시 같이 작은 선수들이 기막힌 파괴력을 가지고 있듯이 우리 선수들 역시 타켓멘과 작은 공격수의 조합이 이루어져야 한다 " 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승렬, 유병수 같은 가능성 있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있다. 또한 지난해 부상으로 대표팀서 하차한 조동건도 커나가고 있다. 특별 프로그램을 해서라도 공격수를 발굴해야 한다. 같이 훈련해서라도 만들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대표팀이 골가뭄에 시달릴 때면 어김없이 등장했던 '골잡이 타령'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흘러나온 셈이다. 그런데 허 감독의 언급은 요점이 없고 우왕좌왕이다. 서두에서는 타겟형 대형 공격수에 대한 이쉬움을 드러내면서도 말의 내용에는 타겟형 공격수 스타일이 아닌 선수들의 이름이 더 많이 언급되고 있다.
이는 곧 허 감독 본인이 골에 대해서는 무척이나 목이 마른 상황이지만 근본적으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이뤄져있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장면으로 읽힌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허 감독의 말 속에 이미 그 해답 가운데 일부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허 감독은 이날 발언에서 정성훈을 언급하며 K리그에서 골을 넣고 있지만 대표팀에서 결정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속팀에서는 골을 잘 넣는데 대표팀에만 들어오면 골을 넣지 못한다는 얘기다. 언뜻 듣기에는 정성훈이 '대표팀 울렁증' 내지 'A매치 울렁증'이 있는 것으로 볼 수도 있겠으나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보면 이와 같은 현상은 전혀 다르게도 해석해 볼 수 있다.
즉, 정성훈의 득점력이 동료 선수들과의 팀플레이와 연관이 깊고, 부산에서 동료 선수들이 정성훈에게 골 기회를 많이 만들어 줬다면 대표팀에서는 그렇지 못했기 때문에 그가 골을 넣지 못했다고도 볼 수 있다.
물론 스트라이커가 '원 샷 원 킬'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면 더 말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사람인 이상 그렇지 못하다고 본다면 많은 골 기회가 주어져야 실제로 득점과 연결될 수 있는 확률도 그만큼 높아진다. 팀 전체의 공격전술에서 득점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하는 이상 어느 누구를 공격수 위치에 데려다 놓아도 골을 넣기는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실제로 정성훈이 대표팀에서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기용된 경기를 다시 보면 그가 전방에서 고립된 경우가 많다. 과거 독일월드컵에서 한국 대표팀의 원톱 조재진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을 전방에서 고립되게 만든 것은 결국 한국 대표팀의 동료 선수들이었고, 그 원인은 벤치의 공격전술 부재 내지 선수들의 전체적인 공격전술 수행능력이 부족했다고도 볼 수 있다.
한마디로 현재 한국 축구가 겪고 있는 득점력 부진의 주된 원인은 골잡이의 자질 문제가 아니라 공격 전술의 문제가 더 크다는 말이다.
이달 초에 열렸던 북한과의 월드컵 예선전을 복기해보자. 볼 점유율은 분명 한국이 월등히 앞섰지만 한국 대표팀의 공격 전술은 분명 단조롭고 답답했다. 오히려 북한의 역습이 훨씬 날카롭고 위협적이었다. 그들의 잘 다듬어진 조직력은 약속된 속공 플레이에서 큰 위력을 발휘했다. 그 가운데 정대세가 있었고, 그의 존재가 우리에게는 너무나 큰 위협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허정무 감독의 머리 속에는 최순호, 황선홍과 같은 왕년의 스트라이커들의 전성기 시절 활약상이 그려져 있겠지만 전성기때의 최순호, 황선홍을 현재 대표팀에 데려다 놓는다 해도, 더 나아가 판 니스텔로이, 루카 토니 등 세계 최고 수준의 타겟맨들을 데려다 놓아도 이들에게 연결되는 패스의 질과 주변 동료 선수들의 움직임이 개선되지 않는한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창조적인 플레이 메이커와 능력있는 윙어를 키워내는 일, 그리고 선수들 각자가 프로농구에서 볼 수 있는 경쾌한 속공이나 패턴 플레이와 같은 약속된 공격 전술을 반복된 훈련을 통해 완성해 가는 일. 이것이 현재 대표팀이나 한국 축구가 해묵은 '골잡이 타령'이전에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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