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스포츠누리2009/10/30 09:43


최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코트에서 열렸던 삼성증권배 챌린저대회 1회전에서 부상으로 기권함으로써 현역에서 은퇴한 한국 테니스의 살아있는 전설 이형택이 자신의 은퇴 이후 이렇다할 간판 스타를 내세우지 못하게 된 한국 테니스계와 후배 선수들에게 애정이 담겼지만 매서운 쓴소리를 던졌다. 

테니스를 좋아하는 팬들은 물론 스포츠를 좋아하는 팬들이라면 한국인 최초의 ATP 투어대회 우승자이며, US 오픈 16강 진출자 이자 한때 세계랭킹 36위에 오른바 있는 이형택의 이력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그만큼 테니스 선수로서 그의 존재는 한국 테니스계를 넘어 한국 체육계에도 보물과 같은 존재다.

그러나 이형택의 은퇴로 이제 한국 테니스는 세계 100위권 이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는 그야말로 세계 테니스계의 변두리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형택 은퇴 이후 현역 선수로서 한국인 최고 랭커는 남자의 경우 세계 161위 임규태이며, 여자는 세계 297위 이진아. 나머지는 모두 300위 밖이다.

수많은 등록선수와 동호회원을 지닌 그래도 사회체육의 저변이 넓은 편인 한국 테니스가 이형택이란 선수 한 명의 은퇴로 이처럼 초라한 신세가 된 것이다.

30일 <조선닷컴>에 따르면 이형택은 인터뷰에서 "지금 후배들의 정신 상태라면 세계 50위 안쪽 선수가 나오는 데 10년도 넘게 걸릴 것"이라고 충격적인 일갈을 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단순히 후배들의 정신 무장을 위해 던진 '격려성 헛소리'가 아니었다.

이형택은 이어 지난달 춘천에 테니스 아카데미를 설립한 이후 중·고교 선수들의 체력을 측정해본 결과 직업 선수로서의 길을 가려하는 선수들의 체력이 일반인 수준에 불과했다는 그야말로 충격적인 사실을 공개했다. 이에 대해 이형택은 "이렇게 기초가 부실하면 투어 출전은 어림도 없다"고 냉정하게 평가했다.

현재 후배 선수들의 부실한 체력으로는 세계랭킹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인 꾸준한 투어대회 참가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 결국 정신 상태도 부족하고 체력도 부족한 상황에서 탑랭커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말을 하고 싶었던 셈이다.

그는 이어 "경기를 즐긴다는 면에서 초등학생들의 태도가 차라리 나았다"고 밝혔다. 이형택이 한국 테니스계에서 세계랭킹 50위 이내 선수가 나오는데 10년이 넘게 걸릴 것이라고 말했던 의미를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이형택의 쓴소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번엔 한국 테니스의 실업팀 시스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외국에서 테니스는 피겨 스케이팅, 골프 등과 같은 철저한 개인 스포츠다. 선수 개인이 프로선수로서 투어에 참가해 랭킹을 높이고 상금을 획득한다. 그러나 한국의 선수들은 실업팀에 속해 숙식을 제공받고 연봉을 받고 기량향상을 위한 지도까지 받는다. 

이에 대해 이형택은 "지금 한국 선수들은 실력에 비해 좋은 대접을 받는다"며 "골프처럼 모두 힘을 합해 세계에 도전하지 않으면 테니스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고 밝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를 장악한 한국 여자 골퍼들의 사례를 본보기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이형택의 발언은 결코 이형택 개인의 생각만은 아닌듯 싶다.

국내 유일의 WTA(여자프로테니스) 투어 대회인 한솔코리아오픈 토너먼트 디렉터를 맡고 있는 이진수 감독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을 꾸준히 배출하고 있는 일본 테니스와 한국 테니스의 차이에 대해 "역사는 40년, 현재 수준은 20년 차이가 난다고 보면 된다"고 의미심장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어 "실업팀은 성적에 상관없이 받는 돈이 똑같다. 하지만 투어 대회 상금으로 먹고 살면서 스폰서만 있는 진짜 프로 선수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동기부여부터가 다르다. 같은 신체조건인데 경기력이 다른 것은 이 때문"이라고 밝혀 이형택과 같은 문제, 즉 한국의 실업팀 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 지적했다.

결국 한국 테니스가 현재와 같은, 즉 적당히 해도 먹여주고 재워주고 월급주고 렛슨까지 받을 수 있는 이런 구조하에서는 골프의 최경주나 신지애, 박세리, 피겨의 김연아 같은 '진짜 프로'로서 세계 탑랭커의 위치에 오르는 선수가 나오기 어렵다는 지적을 한 셈이다.

이 부분을 대다수 테니스계 인사들이 모를리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한국 테니스계에 정형화된 실업팀 시스템이라는 틀을 깨고 새 판을 짜 나아가는 일. 이게 어려울 뿐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TRACKBACK http://www.sportopic.com/trackback/369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

  1. 이형택 선수 은퇴 이후, 한국 테니스는 당분간 암흑기에 접어들겠네요.
    그 기간이 더 길어질수도도 있구요.
    국가 대항전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했는데.
    이제는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잘 전수해 주기를 기대합니다.
    기사에 나온대로 테니스계 전반에 변화가 없다면 우물안 개구리 신세를 면하기 어려울 듯 하네요.

    2009/10/30 09:51 [ ADDR : EDIT/ DEL : REPLY ]
  2. 어디 테니스만 그렇겠습니까. 수영이나 피겨도 별반 다르지 않다고 봅니다.
    당췌 우리나라에 있는 각 운동 종목별 무슨무슨 협회라는 곳들은 뭐 하는 곳 일까요,,,???

    2009/10/31 02:1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