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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누리2009/11/07 12:53

'코리언특급' 박찬호(필라델피아 필리스)가 생애 첫 월드시리즈 진출이라는 알차고 의미있는 성과를 안고 2009 시즌을 마감했다.

비록 자신이 그토록 바라고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보직인 선발투수로서가 아닌 불펜투수로서 나선 월드시리즈였고, 박찬호 개인은 호투했으나 팀이 시리즈에서 패해 우승 반지 또한 얻지 못했지만 필리스에서 보낸 2009 시즌은 그동안 박찬호를 괴롭혀온 포스트시즌과의 악연을 단숨에 날려버린 시즌이었다.

LA다저스 소속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내셔널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탈락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무리하고 기약없이 새 팀을 찾아 나설 궁리를 했을 작년 이맘때와 지금의 상황을 비교하자면 박찬호는 1년만에 그야말로 황무지에서 거대 도시로 공간이동을 해 있는 셈이다.

이제 팬들과 언론의 관심은 박찬호가 내년 시즌 자신을 어떻게 포지셔닝 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박찬호가 불펜투수로서 크나큰 성공을 거둔 올시즌을 뒤로하고 내년 시즌에 다시 선발투수의 보직을 찾아 '광야'에 홀로 설지, 아니면 필리스 찰리 매뉴얼 감독의 조언을 받아들여 올시즌 불펜투수로서의 성공을 등에 업고 계속 불펜투수로서 활약할지에 관한 관심사다.

박찬호가 선발투수로서의 꿈을 다시 실현시키고자 한다면 비교적 우승가능성이 낮은 팀들의 문을 노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불펜투수로서의 보직을 유지하겠다고 마음을 먹는다면 현 소속팀인 필리스에서 월드시리즈 패권 탈환에 힘을 보탤 수도 있고, 다른 강팀들로부터도 러브콜이 쏟아질 가능성이 높다. 그것도 아주 '행복한 조건'을 제시받는 가운데 말이다.

일단 박찬호가 원하는 보직은 여전히 선발투수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올시즌 그의 활약상을 지켜본 메이저리그 구단 관계자들이나 언론들 가운데 그를 선발요원으로 보는 이들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만큼 올시즌 불펜에서의 박찬호의 활약상은 눈부셨다. 그 반면 선발투수로서의 활약에는 한계를 드러냈던 것이 사실이다. 

필라델피아의 지역 언론인 <필라델피아 인콰이어러>도 7일(한국시간) 스토브리그를 맞이하는 필리스의 문제점 열가지를 꼽은 뒤 박찬호의 거취를 여섯 번째로 꼽으면서 "36세의 박찬호가 올시즌 선발 투수로 실패한 뒤 불펜의 핵심으로 활약했다"며 "올 겨울 다른 구단이 그가 선호하는 선발 자리를 제안하며 끼어들 경우 필리스는 박찬호의 몸값과 역할에 대해 합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 박찬호의 내년 시즌 거취에 얽힌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짚어주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함께 짚어봐야 할 문제는 박찬호가 선발투수의 보직에 그토록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서다.

박찬호는 이전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발투수 보직을 고집하는 이유로 체력관리의 측면에서 선발투수가 유리하다는 점과 고국 팬들에게 일정한 간격을 두고 꾸준히 출전하는 자신의 보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점 때문임을 밝힌바 있다.

올시즌 박찬호의 활약상을 보고 판단할 때 일단 체력적인 문제 때문이라면 박찬호가 선발 보직을 고집할 필요가 없음이 드러났다. 시즌 막판 입은 햄스트링 부상이 일정부분 체력적인 부분이 원인이 됐다고보 볼 수 있지만 올시즌 전반적으로 박찬호는 코칭스태프의 배려와 스스로의 관리를 통해 체력적으로 큰 부담없이 시즌 일정을 소화했다.

그렇다면 박찬호가 내년에 선발투수에 대한 재도전에 나서게 된다면 그 주된 이유는 선발투수로서 4-6일에 한 번씩 꼬박꼬박 일정한 간격을 두고 등판하는 모습을 고국의 팬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각때문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팬들을 생각하는 박찬호의 마음과 그에 대한 실천은 오로지 박찬호 본인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어질 것이다. 그러나 '40세 현역 메이저리거'라는 박찬호의 목표를 생각해 본다면 박찬호는 내년 시즌의 거취를 결정함에 있어 팬들을 생각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을 위한, 자신에 맞는 선택을 할 필요가 있다.

박찬호가 내년 시즌 자신의 거취를 판단함에 있어 유일한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박찬호를 '불펜투수'로 인식하고 있는 메이저리그의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여 이고 40세 까지 건재하게 마운드에 오르기 위해 불펜투수를 택하든 포기할 수 없는 꿈과도 같은 선발투수를 위해 또 한 번의 모험을 택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유일한 기준은 온전한 야구선수 박찬호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이어야 한다는 말로도 풀이할 수 있을 것이다. 
 

박찬호는 이제 자신의 거취를 결정함에 있어 팬들에 대한 생각은 일단 잠시 내려 놓아야 한다.

박찬호가 올해 초 월드베이스볼클래식 출전을 포기하고 대표팀에서도 은퇴한다는 기자회견에서 눈물을 쏟는 장면을 지켜본 대다수 팬들은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코리언특급'으로서 그동안 지친 국민들에게 선사했던 희망의 메시지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박찬호가 선발투수이든 불펜투수이든 그의 보직이 팬들에게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다. 앞으로 팬들에게는 불혹을 바라보는 한국인 투수 박찬호가 여전히 세계 최고의 야구선수들이 모인다는 메이저리그 마운드에 올라 건재한 투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자체가 감동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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