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위건 어슬래틱)가 우여곡절 끝에 마침내 꿈에 그리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조원희는 지난 16일(한국시간) 브리타니아 스타디움에서 열린 스토크시티와의 EPL 37라운드 원정경기에 팀의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장해 후반 14분경까지 59분여간 활약한 뒤 팀동료 벤 왓슨과 교체됐다.
지난 2월 위건에 입단한 이후 3개월여만에 치른 데뷔전이었다.
조원희는 당초 박주영이 활약중인 AS 모나코의 입단테스트에 통과, 입단이 유력했다가 모나코 구단의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 때문에 끝내 입단하지 못하고 위건의 입단테스트를 거쳐 입단한 뒤 데뷔전을 기다리다 지난 4월 허정무호에서 북한과의 월드컵예선를 포함해 2 차례의 A매치 경기를 뛰는 과정에서 종아리를 심하게 다쳐 시즌을 접는가 했으나 빠른 회복과 재활로 팀에 복귀, 마침내 시즌 내에 데뷔전을 치르는데 성공했다. 그 돠정에서 조원희는 적지 않은 마음고생을 겪어야 했다.
이와 같은 만만치 않은 과정을 거쳐 치르게된 데뷔전에서 조원희는 EPL 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갖기에 충분한 장면들을 수차례 만들어냈다.
그런 희망을 갖게된 근거는 여러 가지가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조원희가 가슴떨렸을 데뷔전에서 자신이 가진 특징, 즉 위건이 그를 영입하도록 한 그 장점을 경기 내내 골고루 잘 보여줬다는 점이다.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상대의 예봉을 차단하고 공을 빼앗았을 경우 이를 잘 간수하며 공격진으로 원활하게 연결함으로써 공수의 연결고리 역할을 잘해냈다. K리그에서 활약하던 조원희의 모습을 그대로 보는듯 했을 뿐 아니라 어떤 장면에서는 K리그에서보다 더 괜챦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또한 조원희는 이전에 EPL에 진출한 그 어떤 한국 선수보다도 데뷔전에서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EPL 데뷔전에서 만난 강호 리버풀을 상대로 오버래핑을 시도해 측면에서 수비수 2-3명을 농락한 이영표나 교체투입 되자마자 골대를 맞히는 날카로운 발리슈팅을 선보였던 이동국(전북현대)도 당시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조원희는 이날 공수에 걸쳐 누구보다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쳤고, 누구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였다.
특히 전반 18분경 스토크시티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40여미터짜리 대포알 중거리 슈팅은 상대편은 물론 그를 바라보는 팀 동료들에게도 조원희라는 선수에 대한 인식을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슈팅이었다. 스스로 공을 드리블하면서 가까운 동료에 패스하기 보다 자기의 눈에 크게 보이는 골문을 향해 과감하게 슈팅을 날림으로써 기량은 물론이거니와 골에 대한 욕심까지 드러냈다는 점에서 코칭스태프의 함격 판정을 받아내기 충분했다.
조원희의 성공을 예감케한 결정적인 장면은 그 다음 장면에 나온다. 두 차례 중거리 슈팅을 날린 후 누구보다 빨리 위건 진영으로 복귀한 조원희는 뒤를 이어 위건 진영으로 복귀하는 다른 선수들과 손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이전의 어느 코리언 프리미어리거에서도 보기 힘든 장면이었다.
경기중 동료들과 미소를 주고받으며 호흡을 가다듬었다는 것은 조원희가 현재 단순히 위건의 유니폼만을 입고 있는 것이 아니라 팀 동료들과의 화학적인 결합까지 어느 정도 이루어져 있는 것으로 보였다.
경기 직후 조원희는 "프리미어리그 데뷔전이라 감회가 남달랐고 (잘해야겠다는)책임감이 있었다. 자신감이 생겼다. 부담감이 없지 않았는데 동료들의 도움으로 팀에 조화를 이룰 수 있었다 "고 만족감을 드러냈고, 스티븐 브루스 감독 역시 "조원희 스스로 놀랍도록 빨리 회복했고 이번 시즌의 일부가 되었다"며 "오늘 정말 잘 뛰었다. 그는 부지런한 선수다. 우리에게 잘 어울리는 선수라고 확신한다"고 만족감을 나타냈다.
전문가들은 차범근(현 수원삼성 감독) 이후에 한국 선수로서 유럽 무대에 진출한 선수 가운데 박지성과 이영표 정도를 성공한 선수로 꼽고 있다. 나머지 설기현(레딩-풀럼-알 힐랄), 이동국(미들스브러), 김두현(웨스트브롬위치 알비온) 등에 대해서는 '실패' 내지 '판단 유보'의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런 가운데서 등장한 조원희는 앞서 언급한 여러 이유 뿐 아니라 여건면이나 상황면에서 비교적 성공가능성이 높다고 보여진다. 위건이 적어도 올시즌 EPL에 잔류했기 때문에 1시즌동안 시간을 벌었고, 올여름 전력보강 작업만 순조롭다면 꾸준한 성적을 올릴 수 있는 팀이라는 점, 그리고 조원희가 현대 축구에 있어서 그 효용가치가 높은 중앙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점도 그의 성공가능성에 후한 점수를 주게되는 배경이다.
지난 스토크시티전 활약상으로 미루어 조원희는 시즌 최종전인 포츠머스전(홈, 25일 새벽)에도 출전이 유력해 보인다. 이 경기에서도 조원희가 데뷔전과 같은 인상적인 플레이로 EPL 안착 가능성을 더욱 더 높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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