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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누리2010/03/05 17:40

수원삼성의 차범근 감독은 왕년의 독일 분데스리가 최고 스트라이커이자 한국 축구사 최초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스타 플레이어다.

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300경기 이상을 뛰었고, 100골에 가까운 골을 필드골로만 기록했으며, 한국인 최초로 유럽축구연맹(UEFA)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으며, 당대 세계 최고의 축구리그였던 독일 분데스리가 최우수선수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차 감독이 선수 시절 펼쳤던 활약은 그대로 한국 축구사의 한 페이지가 됐다.

현역에서 은퇴한 이후 지도자로 나선 이후에도 차 감독은 축구팬들의 시선 밖으로 벗어난 적이 거의 없다. 

비록 1998년 프랑스월드컵 중도 경질, 승부조작 발언 파문에 이은 중국 리그 진출 등 부침도 겪었지만 지난 2008년 한국 프로축구를 평정했고, 지난 시즌 FA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의미있는 성과도 거둠으로써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성공했다는 평가를 이끌어내고 있다.

올림픽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U-20 대표팀을 이끌고 세계 8강을 이뤄내면서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성공한 케이스를 만들어내기 전까지 선수와 지도자로 모두 두드러진 성과를 낸 인물은 사실상 차범근 감독이 유일했다.

축구인으로서 차 감독은 한국 축구의 살아있는 전설인 셈이다. 멋진 인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종종 경기장에서 그를 인터뷰 할 기회를 가졌었는데 그때마다 어린 시절부터 동경해왔던 살아있는 전설과 마주대하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이처럼 차범근이라는 이름 석 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 플레이어의 대명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차범근 감독은 현재 독일 분데스리가 프라이부르크의 주전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중인 차두리의 아버지다. 

차범근 감독은 축구스타로서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카리스마와 멋스러움을 지니고 있지만 종종 미디어를 통해 비쳐지는 '아버지' 차범근의 모습은 '축구스타 차범근' 못지 않은 인간적인 매력을 내뿜을 때가 있다.


차 감독의 아들 차두리는 2002 한일월드컵 4강 멤버로서 2006 독일월드컵에는 출전하지 못하는 아픔을 겪었지만 오는 6월에 있을 2010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출전이 유력시 되고 있다.

차두리는 지난 3일 런던에서 열린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풀타임 활약하며 한국이 디디에 드로그바가 버틴 코트디부아르의 공격진을 상대로 무실점으로 승리를 거두는데 크게 기여했다. 


차범근 감독은 코트디부아르전 이후 한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차두리의 플레이에 대해 “지금까지 본 중에 제일 좋았다”고 짧게 코멘트 했다. 평소 아들에 대한 언급에 지나치리 만치 조심스러웠던 차 감독이었음을 감안한다면 극찬에 가까운 평가였다.

시계를 8년전 2002 한일월드컵 당시로 돌려보자 차범근 감독은 해설자였고, 차두리는 당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한국 대표팀의 젊은 유망주였다.  

재방송으로 너무나 많이  방영되는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차 감독은 차두리가 조별예선 1차전이었던 폴란드전에 투입되자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흐뭇해 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도 캐스터가 차두리와 통화를 했는지를 묻는 질문에 '내가 전화하면 애가 부담 가질까봐 나는 전화 안하고 애기 엄마는 통화를 하는 것 같다'는 식으로 슬쩍 얼버 무려 넘겼다. 

국가대표로서 월드컵 무대에 선 축구선수 차두리가 차범근 감독에게는 '장성한 아들'이 아닌 여전한 '애기'였던 셈이다. 아들에 대해 드러나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깊고 뜨거운 '한국 아버지'의 속정이 뚝뚝 묻어나는 표현이 아닐 수 없다.  


이후 16강전에서 만난 이탈리아와의 경기 직후 차범근 감독은 아들에 대한 은근하지만 강렬한 부정을 드러낸다.

차두리가 경기 막판 결정적인 오버헤드킥 슈팅을 날리자 너무나 아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기특하다는듯 만면의 미소를 감추지 못하는가 하면 차두리가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하면 가차없이 비판을 가했다. 그러나 안정환의 골든골로 한국이 8강에 진출하자 차 감독은 중계 캐스터와 기쁨의 멘트를 나누던 도중 해설자의 체면도 잠시 잊은채 "여기 제 아들도 뛰지 않습니까"라는 말로 어쩔 수 없는 '애기 아빠'로서의 애정을 드러내고 말았다.


시간은 흘러 4년이 지나 2006 독일월드컵 시즌이 됐다. 차두리는 당시 프랑크푸르트 소속 선수로서 대표팀에 뽑히지 못해 아버지와 함께 해설자 마이크를 잡았고, 자신의 홈구장인 프랑크푸르트 월드컵경기장에서 한국 대표 선수들이 토고를 상대로 한국 축구 사상 첫 원정 월드컵 승리를 따내는 모습을 지켜봤다.


차두리 본인의 심정은 말할 것도 없고, 그런 아들과 중계부스에 앉아 있는 아버지의 심경은 오죽했을까.


하지만 한편으로 생각하면 차두리가 당시 마이크라도 안들었더라면 더욱 더 비참한 심경을 겪었을 것이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차 감독은 독일월드컵 최종엔트리 발표가 임박한 시점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차두리가 엔트리에서 탈락하면 어떨것 같냐는 물음에 '같이 해설이나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언급을 한바 있다. 그리고 얼마 후 그의 언급은 현실이 됐다. 이미 차 감독은 차두리가 엔트리에서 탈락할 경우 부자 동반 해설을 맡아달라는 제안을 받은 상황이었고, 어느 정도 수락을 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아들에게 엄격하고 아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자랑하거나 내세우는 것에 인색한 차범근 감독이었지만 자신의 안방 독일에서 열리는 월드컵에 아들이 나설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될 때 느낄 참담한 심정을 미리 생각한 부정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시계를 다시 현재로 돌려보자면 차두리는 지난 코트디부아르와의 평가전에서 측면 수비수로서 독일 1부리그 주전 선수로서의 면모를 잘 보여줬고, 이변이 없는 한 남아공 월드컵 무대를 밟을 것이 확실시 된다.

그렇게 된다면 차범근 감독은 다시금 그의 아들이 월드컵 무대를 누비는 장면을 어디선가 지켜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종종 기자들로부터 아들의 활약에 대한 코멘트를 요청받을 것이다. 물론 기자들의 질문에 대한 차범근 감독의 기본적인 태도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아들에 대한 코멘트는 가능하다면 피해가려 할 것이고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현역 프로 구단 감독이자 축구 전문가로서 냉정한 평가를 내릴 것이다.

하지만 차두리가 남아공 월드컵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한국이 목표로 하는 사상 첫 원정 월드컵 16강 진줄이라는 성과를 올린다면 아들에 대한 코멘트 자체에 인색한 차범근 감독 입에서도 "역시 내 아들"이라는 이전에는 접하기 힘든 '노골적인' 아들 자랑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전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축구스타' 차범근, 그리고 '차두리 아빠' 차범근 모두가 즐겁고 행복할 그런 사건이 남아공에서 일어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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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년에 해설자 모습의 차두리도 좋았지만..

    역시 차두리는 월드컵 무대에서 그 무시 무시한 흑인 선수들을

    몸으로 튕겨내며 엄청난 스피드로 냅따 달리던 모습이 최고 인것 같습니다.

    이번 월드컵때는 꼭 다시볼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2010/03/05 17:42 [ ADDR : EDIT/ DEL : REPLY ]
  2. 가우디

    좋은 글 잘 봤습니다.

    두분다 그 독일월드컵에서 또 다른 지혜 또는 무엇인가를 얻은것 같습니다.

    차두리선수 팬으로써 2006년을 이후로 한동안 축구를 끊게 된 이유도 차두리 선수였네요. ㅎㅎ

    빠르고 시원시원한 경기... 역시 차두리선수의 존재에 따른 경기라고 생각합니다.

    2010/03/11 09:37 [ ADDR : EDIT/ DEL : REPLY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