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선수협회가 추진하던 선수노조 설립이 무산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다.
앞서 삼성 라이온스와 LG 트윈스가 일찌감치 선수노조 설립에 동참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힌데 이어 최근에는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 그리고 한화 이글스까지 이번 노조설립 추진에는 찬성하기 힘들다는 뜻을 밝혔다.
이로써 프로야구 8개구단 가운데 선수 노조 설립에 찬성하고 있는 팀은 롯데 자이언츠, 히어로즈, SK 와이번스 등 3개팀만이 남게 됐다.
노조라면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 삼성은 그렇다 치고 기존에 찬성 입장을 보였던 두산과 KIA의 찬성입장 철회가 사실상 노조설립 추진의지에 찬물을 끼얹은 양상이다. 한화의 경우 언론을 통해서는 찬성쪽으로 분류가 됐으나 신경현이 선수협회에 통보한 내용에 따르면 처음부터 찬성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8개 구단 가운데 과반수인 5개팀이 노조설립에 반대 의사를 밝힘에 따라 선수협회의 노조설립 추진은 사실상 '파장' 내지 '나가리'가 되는 분위기다.
물론 선수협회는 오는 6월1일 임시총회를 갖고 선수노조 출범과 관련한 논의를 거쳐 예정대로 선수노조를 출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지만 노조의 주체가 되어야 할 선수들의 전폭적인 지지도 얻지 못라는 상황에서 '절름발이 노조'를 출범시키는 것은 분명 명분도 부족하고 설령 노조가 설립된다 하더라도 한국 야구위원회(KBO)와 8개구단들로부터 대화 파트너로 인정받는 것도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노조설립을 강행할 가능성을 많지 않다고 보여진다.
선수노조설립이 오늘날과 같은 난관에 봉착한데 대해 이미 노조설립 추진 발표시점부터 예견된 일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 가장 중요한 원인은 선수들 사이의 공감대 형성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데 있다.
선수협회는 지난 4월28일 노조 설립을 전격 선언했지만 이와 같은 내용을 제대로 숙지하고 있는 선수들은 많지 않았다. 일부 구단의 선수들이 노조 설립 선언이 있기 불과 몇 시간 전에 선수협회의 간단한 설명을 들었을 뿐 이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진행한 구단은 전무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선수협회 손민한 회장은 노조설립을 선언하며 이런저런 요구사항을 발표했고, 선수협회 형태로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이에 대해 절대적인 지지를 보내야 할 선수들 가운데는 그 내용와 명분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선수는 많지 않았다는 말이다.
선수들끼리 서로의 뜻을 이해하고 공유해서 어떤 방해공작에도 끄떡없을 만큼의 결속력을 획보한 상황에서 발표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오히려 내부 결속 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표된 노조설립 선언은 '사상누각'에 불과했던 셈이다.
노조설립이 '나가리' 분위기로 흐르는 또 다른 원인은 선수협회의 주장이 팬들마저 설득시키지 못했다는데 있다.
노조를 만듦으로써 어떤 부분이 선수협회 시절보다 더 나아지는지, 그것이 장기적으로 팬들에게 어떤 이익으로 돌아올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력있는 답변을 선수협회는 내놓지 못했다. 팬들이 '노조를 설립하면 선수들이 파업을 할 수도 있다'는 식의 막연한 인식을 갖는 사이 선수협회는 팬들의 우려를 불식시킬만한 어떤 목소리도 내놓지 못했다. 팬들이나 언론은 나름 도와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는 사이 KBO와 8개구단의 '선수협회의 형태로도 얼마든지 대회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 표명에 선수협회는 내부 단속에도 실패, 선수들이 '시기상조'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며 하나 둘 노조설립 대열에서 이탈했다.
결론적으로 선수협회는 너무 조급했다. 올림픽 금메달과 WBC 준우승으로 한껏 좋아진 선수들의 이미지와 야구에 대한 국민들의 높은 관심을 노조설립으로 연결시켜보려 했지만 절대적인 준비부족은 여지없는 실패로 귀결될 수 밖에 없었다.
물론 노조설립이 언제까지 안될 수는 없다. 분명 필요한 조직이다. 그러나 그 이전에 노조설립이 한국 프로야구 전체에 어떤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지, 팬들에게 어떤 좋은 것을 안겨줄 수 있는지에 대한 충분한 명분을 쌓고 이에 대한 선수들 내부의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한 이후에야 선수노조는 많은 이들의 박수와 지지속에 출범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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