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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누리2010/04/04 11:46
지난달 31일 홈팀 바이에른 뮌헨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2009-201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이 벌어지고 있던 독일 뮌헨의 알리안츠아레나.

이날 전반 2분만에 터진 웨인 루니의 선제골에 힘입어 1-0으로 앞서고 있던 맨유의 알렉스 퍼거슨 감독은 후반 25분경 그 시간까지 측면에서 뮌헨의 필립 람을 꽁꽁 묶어두며 뮌헨의 측면 공격을 무력화시키고 있던 박지성을 마이클 캐릭과 교체하는 한편 루이스 안토니오 발렌시아를 스트라이커 디미타르 베르바토프와 교체했다. 

이는 퍼거슨 감독이 뮌헨 원정에서 대회 4강행을 일찌감치 확정짓기 위해 꺼내든 마지막 카드였다.

전반전 부터 유지해오던 미드필드의 견고함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베르바토프로 하여금 루니와 호흡을 맞춰 추가골을 터뜨림으로써 홈에서의 2차전을 부담없이 치르겠다는 계산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기의 흐름은 퍼거슨 감독의 계산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박지성이 그라운드 밖으로 벗어난 이후 뮌헨의 람이 살아나면서 중원에서 간간이 위협적인 장면을 연출했던 프랑크 리베리 역시 더욱 더 플레이에 활기가 더해졌고, 그 결과 맨유는 리베리에게 프리킥으로 동점골을, 후반 인저리 타임에 이바차 올리치에게 역전골을 얻어 맞으며 1-2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리드를 지킬 수도 있었고, 최소한 1-1로만 끝냈어도 홈에서 유리한 위치에 설 수 있었던 경기였지만 순식간에 탈락의 위기감이 맨유에게 엄습해 들어오는 순간이기도 했다.  

만약 후반 종반부에 라이언 긱스의 크로스를 네마냐 비디치가 회심의 헤딩 슈팅으로 연결한 공이 크로스바를 맞고 나오지 않고 그대로 뮌헨의 골망을 흔들었다면 경기의 흐름이 일순간 달라졌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해서 맨유가 승리라는 결과물을 얻었다면 이날 후반전의 전반적인 상황을 되돌아볼 때 공평한 결과라는 평가를 얻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퍼거슨 감독이 박지성, 발렌시아를 교체한 이후 터진 리베리의 프리킥 동점골이 그저 리베리의 개인적인 능력에 따른 골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고 할 수 있지만 루이스 나니를 빼고 긱스를 투입한 이후에도 맨유가 전반적인 점유율의 열세속에 위태로운 균형을 이어가다 올리치에게 역전골을 허용하는 상황은 맨유의 중원이 무너진 상황에서 언제 허용해도 허용했을 골이었다.

경기 직후 퍼거슨 감독은 "솔직히 말하면 좋은 경기를 펼치지 못했다. 볼 점유에 실패했고 스스로 패배를 불렀다"고 밝혔다. 듣기에 따라서는 퍼거슨 감독 스스로 선수 교체를 포함해 전반적으로 감독으로서의 책임을 인정하는 듯 들리는 말이었다.


그러나 퍼거슨 감독에게 역전패 자체보다 더 뼈아팠던 부분은 루니의 부상이었다. 올리치의 역전 결승골이 터진 순간 한편에서는 맨유의 루니가 발목을 잡고 쓰러져 있었는데 이는 루니가  마리오 고메즈를 수비하다 발이 뒤엉켜 넘어진  탓이었다. 결국 루니는 부축을 받으며 경기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경기도 그대로 1-2 뮌헨의 승리로 마무리 지어졌다. 

경기 직후 여러 언론들이 루니가 상당 기간 결장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으나 루니의 부상이 발목 골절이 아닌 비교적 경미한 수준의 부상으로 밝혀짐에 따라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하지만 루니의 부상이 경미하다고는 하나 사흘 후 벌어지는 이번 시즌 가장 중요한 경기랄 수 있는 첼시전에 설 수 있을 정도로 경미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사흘 후 첼시와 맞닥뜨린 맨유의 공격진은 무기력했다. 단순한 오른쪽 측면 공격으로 첼시의 수비진에 번번이 차단당했고, 전반전 내내 유효 슈팅이라고는 한 개 밖에 기록하지 못했다. 이날 중앙 미드필더로 나선 박지성이 간간이 위협적인 장면에서 모습을 드러냈지만 루니가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박지성은 분명 그 위력에서 차이가 있었다.

결국 맨유는 조 콜, 디디에 드로그바에게 전후반 1골 씩을 허용했고, 경기 막판 페데리코 마케다의 만회골이 터지기는 했으나 1-2로 패했다. 올시즌 사실상 리그 결승전이라고 불리던 경기에서, 그것도 홈 팬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열세를 거듭하다 당한 패배라는 점이 너무나 뼈아픈 패배였다.

이날 패배로 맨유의 위치는 다시 추격자로 바뀌었다. 하지만 리그 경기수가 10경기 이상 남았던 시즌 중반과 5경기만을 남겨 두고 있는 지금은 승점 2점의 차이가 주는 의미는 사뭇 다르다. 

어차피 결과론적인 말이 되겠지만 뮌헨에서 챔피언스리그 4강행을 사실상 조기 확정짓겠다는 퍼거슨 감독의 판단 내지 욕심에 따른 선수 교체 카드는 4월 4일 현재 맨유가 챔피언스리그 정상 탈환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4년 연속 우승으로 가는 길에 동시에 빨간불이 켜지게 되는 원인을 제공한 셈이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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