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툴바


스포츠누리2009/05/26 17:34

미국프로골프(PGA) 톱 랭커 최경주(나이키골프)의 대회 2연패 여부로 관심이 모아졌던 올해 SK텔레콤 오픈에서 무명의 중고 신인 박상현(27세 앙드레김골프)이 깜짝 우승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다.


 박상현은 2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 골프클럽 오션코스(파72·7275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SK텔레콤 오픈 2009' 마지막 라운드에서 3언더파 69타를 쳐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2위 김도훈(타이틀리스트)을 1타차로 따돌리고 우승트로피와 함께 상금 1억2천만원을 획득했다. 


한편  7개월 만에 국내 대회에 출전한 '디펜딩 챔피언' 최경주는 전날까지 선두를 2타차까지 추격하며 대회 2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마지막 라운드에서 오히려 2타를 잃어 7언더파 281타로 공동 6위에 그치며 타이틀 방어에 실패했다.


 이날 미디어센터는 전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과 최경주의 우승 가능성이 점점 멀어지고 있었던 가닭에 다소 맥이 빠지는 분위기였으나 한편으로는 무명의 박상현이 우승을 차지하는 흐름으로 경기가 진행되자 박상현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기자들의 움직임으로 바빠졌다. 박상현을 제대로 아는 기자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박상현의 24일 마지막 라운드 티샷 모습>

 그도 그럴것이 박상현은 2002년부터 2년간 국가대표 상비군을 거쳐 지난 2005년에 프로에 입문했지만 2006년도에 군에 입대, 2008년 중반 이후에 가서야 다시 프로생활을 재개해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프로선수로서 획득한 상금이 작년 11월 KPGA 선수권에서 공동 2위에 오르며 4천만원을 획득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무명의 선수였다.


 이런 이유로 박상현이 우승 직후 기자회견을 갖기 전까지 기자들은 박상현이 어떤 선수일지에 궁금증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이윽고 박상현이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냈고, 기자들은 질문을 쏟아냈다. 그리고 박상현의 기자회견 내용은 KPGA 무대에 주목할 만한 괴짜 스타의 탄생을 알리고 있었다.


 기자회견 서두에 "첫 우승이라는 것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기자회견을 한다는 것도 축하한다는 말도 낯설고 멍한 상태"라고 밝힌 박상현은 이날 경기 상황을 되돌아 본 다음 프로 데뷔 후 불과 1년만에 군에 입대한 사연부터 털어 놓았다. 


 박상현은 "2005년 풀 시드를 확보한 상태에서 군대를 선택했다. 그 때까지 골프를 12년 동안 해오면서 쉬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입대영장이 나온 김에 미련 없이 군대를 택했다. 군대에서는 골프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군 생활에 충실했다. 골프와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평생 할 골프 2년 쉰다고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대다수의 젊은 남자 선수들이 어떻게 해서든 군대를 연기하려고 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한 셈이다. 그런데 이어서 밝힌 박상현의 병역생활 이야기는 재미있다.


 박상현은 "전북 부안에서 전투경찰 생활을 했는데 좋은 대장님을 만나 운전병을 했다. 대장님은 운동할 사람은 절대 다치면 안된다면서 무조건 운전병으로 밀어넣어 주셨다. 남들은 군대생활이 힘들다고 했는데 나는 정말 즐겁게 생활했다"고 밝혔다.


 한가지 놀라운 사실은 이렇게 1년 6개월간 전혀 골프채를 잡지 않았던 박상현이 이듬해 드전에 출전해 단숨에 2008년 시드를 확보했다는 것이다. 한 기자가 1년 6개월동안 골프채를 잡지않다가 곧바로 대회에 나가서 풀시드를 딴게 믿어지지 않는다는 뉘앙스로 질문을 던지자 박상현은 "대회 전 일주일간 제주 오라CC에서 몰아서 연습을 하고 시드 대회를 나갔는데 신기하게도 볼이 잘 맞았다."고 밝혔다.


 어찌됐든 이렇게 해서 박상현은 2008년 6월 3일 전역해서 하반기부터 시합을 시작했다. 리랭킹 제도(대회별 시드제도)가 생겨 큰 대회에서 많이 활약하지 못했다.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KPGA 선수권 이전까지 획득한 상금이 400만원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KPGA선수권대회에서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을 하면서 상금 4천만원과 2009 시즌 풀 시드를 획득했다.


 별명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박상현은 "특별한 별명은 없는데 피부색깔도 그렇고 생긴게 워낙 이국적이라 태국이나 필리핀 같은데 전지훈련을 가서 식당에서 '안녕하세요'라고 하면 현지인들이 하나같이 '한국말 잘한다'고 말한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원래 성격이 낙천적인지를 묻는 질문에 박상현은 "사람 안가리고 재미있게 노는 것을 좋아한다. 긍정적인 성격이다. 후배들도 좋아해서 이번 대회에 나온 캐디도 지난 매경오픈에서 호흡을 맞췄고, 이번 대회가 열린 스카이 72 코스를 잘아는 친구라서 데려왔다"고 밝혔다.


 박상현은 이어 골퍼로서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내가 13-14년동안 골프를 해오면서 단 한 차례도 슬럼프가 없었다. 작년에 준우승 했고, 올해 우승 했으니까 내년에는 2승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고 특유의 긍정적인 마인드를 앞세운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렇게 박상현과 기자들간의 대화가 오고가는 사이 처음 기자회견장에 들어설 당시 박상현과 기자들 사이에 존재했던 벽 내지 거리감도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우승직후 우승자에게 주어지는 레드자켓을 입고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는 박상현>

 
기자회견 말미에 1억2천만원의 상금을 어디에 쓸것인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상현은 "무조건 아버지를 드려야한다"며 "아버지께서 나에게 지금까지 투자한 돈이 10억원 정도인데 내가 1억2천만원을 다 드려도 아직 한참 모자란 것"이라고 밝혀 또다시 기자회견장을 폭소탄을 '뻥'하고 터뜨렸다.


 마지막 질문을 끝으로기자들의 축하의 박수를 받으며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박상현의 모습을 보면서 자연스레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이정도의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성격의 선수라면 결코 1-2년 정도 부진하더라도 쉽게 좌절하지 않고 골프를 즐기면서 꾸준한 성적도 낼 수 있겠다는 생각에서였다. 또한 앞으로 KPGA 무대에 갤러리들에게 촌철살인의 개그를 선사할 수 있는 '괴짜 스타'가 탄생한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기도 했다.


 필자는 취재를 마치고 미디어센터를 나서며 주최측 관계자에게 이렇게 한마디를 던졌다.


 "최경주의 2연패가 무산된 것은 아쉽게 됐지만 이번 SK텔레콤 오픈이 박상현이라는 스타를 건졌네요"

 

<모자를 벗은 박상현의 얼굴. 진짜 '동남아필(feel)'이기는 하다>

 


TRACKBACK http://www.sportopic.com/trackback/56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