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누리2009/06/03 10:50



지난달 17일 국내 인터넷 포털 사이트 스포츠뉴스 코너에는 비인기종목인 럭비가 오랜만에 화제거리로 떠올랐다.

 

한국 대표팀이 5월 16일 일본 오사카 하나조노 경기장에서 열린 2009 HSBC 아시아 5개국 대회 마지막 경기에서 일본에 9-80이라는 믿기 힘든 점수차로 졌다는 소식이었다.

 

필자도 한국 럭비가 비인기종목의 설움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최정상급의 실력을 갖추고 있으면서 지난 1998 방콕아시안게임과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을 누르고 금메달을 획득했고, 2006 도하아시안게임에서는 아깝게 은메달 획득했었다느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일본에 71점차로 대패했다는 사실을 좀처럼 맏기 어려웠다. 그러나 뉴스는 사실이었다.

 

그런데 그 속사정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왔다. 2일 서울 종로구 SC제일은행 본점 10층 컨퍼런스 센터에서 열린 SC제일은행-럭비국가대표팀 공식후원계획 발표 및 약정서 체결식에서 필자는 국가대표팀의 김원용 선수와 대한럭비협회 관계자로부터 당시 경기의 상황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우선 김원용 선수는 당시 경기에 대해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고 했다. 실력에서 밀렸다는 말이다. 그는 이어 "일본은 많은 팀에서 선수를 뽑아온 반면 한국은 실업팀 수도 적고 손발을 맞춰볼 시간도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답은 다소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전에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딸 당시에도 그와 같은 조건은 현재와 비교할 때 비슷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잠시후 럭비협회 관계자를 만났다. 김원용 선수에게 기자회견 전에 당시 경기에 대해 설명할 말을 가르쳐줬는데 김원용 선수가 제대로 설명을 못했다며 다시 당시 경기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관계자의 말을 듣고 나서야 상황이 이해가 갔다.

 

우선 럭비협회 관계자는 럭비의 독특한 국가대표 인정 규정을 설명했다. 축구 등 다른 종목의 스포츠는 국가대표선수 자격을 해당 국가 국적자에게만 부여하지만 럭비는 외국인 선수라 하더라도 특정 국가의 럭비리그에서 3년 이상만 고정적으로 활약하면 그 국가의 대표선수로서 월드컵 등 주요 국제대회에 뛸 수 있는 자격을 인정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런데 과거 15명의 선수 가운데 2명 정도만 외국인 선수를 포함시켰던 일본이 최근 한국에게 자주 골탕을 먹자 지난 아시아선수권에서 15명 가운데 5명을, 그것도 중요 포지션에 한국 선수들보다 머리가 하나 정도 더 큰 당당한 체격의 외국인 용병을 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이런 외극인 선수들이 일본 리그에서 3년 이상 활약을 했다는 말이 된다. 왜? 일본에서 뛰는게 돈이 되니까 말이다.

 

참고로 일본은 300여개 실업팀을 포함해 6천여개 중.고.대학팀과 실업팀이 있으며 등록 선수만도 12만-13만명에 이른다. 또한 2003년 출범한 프로 럭비리그인 '톱 리그'는 총 14개 팀이 경쟁을 펼치고 각 팀별로 서포터스가 있을 뿐 아니라 홈경기 때마다 2만명 이상의 관중이 찾는 등 인기 대중 스포츠로 확실히 자리매김했다. 당연히 프로 럭비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의 연봉도 짭짤하다.

 

이에 비해 한국은 전국 중.고교.대학 55개팀에 1천여 명의 선수들이 뛰고 있지만 실업팀은 삼성중공업, 포스코강판, 한국전력공사 등 5개에 불과하며 학교 졸업 이후에는 실력이 매우 뛰어난 극소수의 선수를 제외하고는 선수의 꿈을 접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전체 선수 규모로 따지면 일본의 100분의 1 정도의 수준이다.

 

이와 같은 차이에도 불구하고 과거 평균 2명 정도의 용병이 포함된 일본을 상대로 대등한 경기를 펼쳐온 한국 선수들의 능력도 가히 대단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이 팀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5명을 그것도 팀의 중요 포지션에 배치하면서 한국은 '투지'나 '정신력'으로는 더이상 해결되지 않는 벽에 부딪혀버린 셈이다.

 

따라서 '9-80'라는 이 스코어는 단순히 한국 럭비가 일본 럭비에게 재수가 없어서 어쩌다 한 경기 망친 것으로만은 볼 수 없는 차이다.

 

 

 

 

================================================================================================

 

PS. 그래도 한국 럭비에 임딤한 기분만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반가운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SC제일은행에서 대표팀을 후원하고 한국 럭비의 저변확대를 위해 후원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오는 5일 저녁 7시 에는 성남종합운동장에서 한국 국가대표 럭비팀과 럭비의 종주국 영국의 잉글랜드 카운티스 팀과의 경기(무료입장)도 열릴 예정이다. 투지와 협동심,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펼치는 진짜 스포츠를 보고 싶다면 오는 금요일 성남종합운동장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Posted by 스포토픽

TRACKBACK http://www.sportopic.com/trackback/64 관련글 쓰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