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은 16일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에 게재된 기고문을 통해 "축구 꿈나무 육성을 위해서 전자카드제 도입은 철회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성은 기고문에서 "스포츠토토에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스포츠토토 매출이 줄어 축구계 지원금도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스포츠토토 수익금에 의존하고 있는 유소년 축구 육성 사업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뿌리가 흔들릴 것 같다"며 "스포츠토토 기금이 줄어들면 유소년축구에 투자할 기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K리그 활성화나 월드컵 7회 연속 진출과 같은 한국축구의 쾌거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도 된다."고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이어 "사행성을 줄이기 위해 전자카드를 도입하겠다는 순수한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토토가 로또나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평소 그 종목에 관심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쉽게 이익을 얻기 힘든 것이 스포츠토토이므로 사행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박지성은 마지막으로 "제2의 차범근, 홍명보 선배와 같이 훌륭한 선수를 꿈꾸며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고 있는 어린 축구 꿈나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라도 스포츠토토의 전자카드제 도입은 철회되었으면 한다."고 글을 마무리 했다.
이 기고문을 박지성이 직접 썼는지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지만 설령 직접 썼다고 해도 국내 프로스포츠 사정에 대해 제대로 알기 힘든 상황에서 '...라고 하더라'는 축구협회(물론 짐작이긴 하지만)를 위시한 축구계에서 일방적으로 제공한 정보만을 근거로 이런 기고문을 자발적으로 썼다는 사실이 평소 박지성의 신중한 성격상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만약 정말로 박지성이 이 기고문을 직접 썼다고 한다면 박지성은 현재 무척이나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듯 하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주장으로서, 그리고 스스로 한국 축구발전에 적지 않은 책임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박지성의 입장을 고려할 때 충분히 그 입장을 이해할 수 있기는 하나 지금은 이란과의 월드컵 예선 경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된다.
만약 박지성이 직접 쓴 글이 아니라 축구협회를 위시한 국내 축구계의 '의뢰'로 '주문생산'한 기고문이라면 국내 축구계는 박지성의 영향력을 이용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는 치사한 언론플레이를 펼친데 대해 부끄러워 해야한다. 이런 식의 언론플레이가 축구계의 전자카드 도입 반대 입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보다는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는 점 또한 명심해야 한다. 이런 언론플레이를 할 시간이 있다면 사감위의 입장을 철회할 수 있는 보다 명확한 근거를 찾아내는데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 않을까?
참고로 아래에 박지성의 기고문 전문을 덧붙인다.
기고문
최근 축구팬들중에 스포츠토토를 즐기는 사람이 무척 많은 모양이다. 대표팀 경기나 K-리그는 물론이고, 내가 뛰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놓고도 많은 팬들이 매주말 토토의 재미를 만끽한다고 들었다.
그런데 얼마전 유럽 챔피언스 리그 결승전을 마치고 대표팀에 합류한 뒤 동료 선수들로부터 '스포츠토토 전자카드'를 도입하는 문제를 두고 이런 저런 얘기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쪽에서는 사행성을 줄이기 위해 신분확인을 위한 전자카드 제도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사람들의 토토 참여가 줄어들어서 스포츠토토로 조성되는 기금이 반토막 나기 때문에 체육 발전에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된다는 것이다.
나도 궁금해서 대한축구협회 직원한테 물어봤더니, 스포츠토토 사업을 통해 지난 해만 해도 3천억원이 넘는 기금이 조성돼 우리나라 체육 발전을 위한 여러 사업에 투입됐다고 한다. 그 중에 축구쪽으로도 160억원의 기금이 지원되어서 유소년용 잔디운동장 건설, K-리그 유소년 클럽 운영, 유망주 해외 연수, 그리고 올해부터 시작된 초중고 학원 주말 리그처럼 축구 꿈나무를 육성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들었다. 스포츠토토가 이렇게 큰 역할을 하는지는 나도 그때 처음 알았다. 축구계의 토토 수익금을 늘이는데 나도 자그마한 기여를 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았다.
국내에 있을 때도 그랬지만 잉글랜드에 와서 보니 축구 발전을 위해서는 유소년 육성이 중요하다는 걸 요즘 참 많이 느낀다. 내가 속해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도 체계적인 유소년 클럽 시스템이 없었다면 지금의 위치에 올라설 수 없었을 것이다. 맨유는 축구에 재능 있는 유소년 유망주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다른 클럽보다 훨씬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미 몸값이 천정부지로 올라간 스타플레이어를 끌어오는데 의존하기 보다는 유소년 클럽을 통해 어릴 때부터 소질 있는 선수를 발굴하고 육성해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어 가고 있다.
축구팬들도 익히 알겠지만 맨유의 팀 동료인 라이언 긱스, 폴 스콜스, 게리 네빌, 데이비드 베컴 등이 바로 맨유가 유소년시절부터 키운 경우다.
우리나라도 축구 경쟁력을 높이려면 유소년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더욱 늘어나야 할 것 같다. 지역에 기반을 둔 유소년 클럽도 활성화시키고, 초중고 리그처럼 지역 리그제 실시로 경기 경험도 늘려야 할 것이다. 아직도 맨땅에서 연습하는 우리 청소년 선수들을 위해 잔디 운동장도 곳곳에 더 만들어야 한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결국 스포츠토토와 같이 체육 기금을 조성하여 정부 또는 축구계 차원에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상황에서 스포츠토토에 전자카드가 도입되면 스포츠토토 매출이 줄어 축구계 지원금도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어들 수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되면 스포츠토토 수익금에 의존하고 있는 유소년 축구 육성 사업은 제대로 자리를 잡기도 전에 뿌리가 흔들릴 것 같다.
스포츠토토 기금이 줄어들면 유소년축구에 투자할 기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K리그 활성화나 월드컵 7회 연속 진출과 같은 한국축구의 쾌거를 다시 볼 수 없을 것 같다는 걱정도 된다.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월드컵 진출은 국위 선양은 물론, 우리 선수들이 유럽 무대로 나가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발판이 된다.
이런 점에서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 스포츠토토는 최소한 현행대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
사행성을 줄이기 위해 전자카드를 도입하겠다는 순수한 목적에는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축구와 같은 스포츠토토가 로또나 카지노와 같은 사행산업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 평소 그 종목에 관심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쉽게 이익을 얻기 힘든 것이 스포츠토토이므로 사행성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어떤 파급효과가 있을 것인지 보다 신중한 검토가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제2의 차범근, 홍명보 선배와 같이 훌륭한 선수를 꿈꾸며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고 있는 어린 축구 꿈나무들의 꿈과 희망을 위해서라도 스포츠토토의 전자카드제 도입은 철회되었으면 한다.
기고=박지성(국가대표팀 주장,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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