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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농구 금메달 만든 10% 가능성과 행운의 플러스 알파
    카테고리 없음 2014. 10. 4.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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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로 우리가 이길 확률은 10%로 봤다. 선수들이 근성과 열정을 가지고 경기를 해서 이런 큰 기적이 일어났다.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고맙다"


    한국 남자농구대표팀의 유재학 감독이 3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에서 이란을 상대로 79-77, 2점차의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 획득을 확정 지은 직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밝힌 소감이다. 


    이날 한국 대표팀은 1쿼터 약 3분 동안 이란을 무득점으로 묶어 놓은 채 연속 득점에 성공하면서 당초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좋은 흐름으로 경기의 주도권을 잡아 나갔지만 4쿼터 2분 여를 남긴 상황에서는 이란에 5점 차까지 뒤지면서 패배의 벼랑 끝까지 몰렸다. 


    하지만 양동근과 김종규의 연속 득점으로 단숨에 전세를 뒤집었고, 경기 종료 직전 2점 차로 앞선 상황에서 이란의 마지막 공격을 잘 막아내면서 극적인 역전승을 이뤄냈다. 


    이로써 한국 남자농구는 2002 부산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지 12년 만에 다시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이라는 성과를 이뤄냈다. 




    유재학 감독은 기적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사실 기적은 12년 전 부산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을 연장 혈투 끝에 이기고 금메달을 차지한 것이 기적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미국 NBA에서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로 활약하던 야오밍이 버틴 중국에 경기 종료 직전 10점 가까이 지던 경기를 3점슛, 인터셉트에 이은 득점 등으로 꾸역꾸역 쫓아가 기어코 동점을 만드는 데 성공, 승부를 연장전으로 끌고 간 다음 연장전에서 경기를 뒤집어 거머쥔 승리였기 때문이다.   


    이에 비한다면 이날 유재학호가 이뤄낸 승리는 상대팀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대비책 마련, 그리고 선수들의 집념과 열정이 만들어 낸 하나의 걸작품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한 승리였다. 


    만(萬) 가지 수를 지녔다는 의미의 '만수'라는 별명에 걸맞게 유재학 감독은 이란의 하메드 하다디, 니카 바라미 등 이란의 주축 선수들에 대한 대비책을 완벽하게 세우고 경기에 나섰고, 선수들은 코트 안에서 자신의 역할을 100% 해냈다. 


    하다디를 김종규, 김주성, 이종현, 오세근 등이 파울의 부담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봉쇄, 하다디가 심리적으로나 플레이 면에서 밸런스를 잡지 못하도록 한 것이 결정적이었다. 하다디가 흔들리면서 전체적인 이란의 팀 플레이가 흔들렸기 때문이다. 


    내.외곽을 가지리 않는 전천후 득점포가 위력적인 바라미에게 30득점을 허용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오히려 바라미에게 줄 점수을 주는 대신 다른 선수들을 철저히 봉쇄함으로써 경기 후반 바라미의 체력이 떨어지면서 득점력이 떨어진 이후 좀 더 승리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었다. 


    결국 유재학 감독이 언급한 '10%의 가능성'은 이런 계산에 따른 결과였던 셈이다. 


    그리고 경기 양상은 유재학 감독의 계산보다도 훨씬 수월하게 흘러갔다. 유 감독의 계산에 중요한 '상수'라고 할 수 있는 하다디의 경기력과 컨디션이 정상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경기 종료 순간 바라미의 3점슛이 림을 맞고 튀어 오르자 이를 다시 하다디가 리바운드 한 뒤 골밑슛으로 연결했지만 그마저 림을 외면했고, 이후 골밑에서 선수들끼리 혼전이 벌어지는 도중 경기종료를 알리는 버저가 울리는 장면에서 유재학 감독의 계산 결과가 정답 이었음이 최종적으로 증명됐다. 


    앞서 참가했던 스페인농구월드컵에서 남자농구대표팀이 초라한 경기력으로 5전 전패라는, 예상은 했지만 막상 당하니 암담했던 성적을 뒤로 하고 아시안게임 무대에 나섰을 때 한국 대표팀이 이란을 이기고 금메달을 딸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유재학 감독 역시 "농구월드컵을 마치고 고민이 컸다. 팀 분위기가 매우 침체됐다. 강한 상대와의 경기에서 전패하면서 선수들의 자신감이 너무 떨어졌다. 그걸 끌어올리기까지 참 힘들었다. 고참들이 많이 노력을 했는데 그게 금메달까지 이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결국 농구월드컵에서 당한 참담한 실패가 오히려 선수들이나 유재학 감독을 위시한 코칭 스태프에게는 좋은 자극제가 됐고,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선수들의 투지와 집념을 끌어내는 행운의 '플러스알파'로 작용했다고 볼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번 유재학호의 아시안게임 제패는 철저한 대비와 노력, 선수들의 집념과 열정으로 얻은 10%의 가능성과 상대 주축 선수들의 컨디션 난조, 그리고 농구월드컵 실패가 오히려 자극제로 작용하는 등 행운의 '플러스 알파'가 더해져 완성된 하나의 멋진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다. 


    한국 농구사에 길이 남을 인천아시안게임 우승이라는 걸작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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