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장성우 사태' 최대 피해자 박기량의 이유있는 '무관용'
    카테고리 없음 2015. 10. 20. 18:57
    반응형

    야구장에는 치어리더와 리포터, 배트걸 등 수많은 '여성 노동자'들이 있다. 모두들 야구를 사랑하며 가슴속에 '야구인'이라는 단어를 품고 사는 사람들이다. 나 혼자 용서를 해버리면, 그들 전체에 대한 그릇된 인식 만들 수 있다."

     

    지난 16SNS 파문을 일으킨 프로야구 kt위즈의 포수 장성우가 발표한 장문의 사과문에 대해 무관용 법적 대응의 뜻을 밝힌 피해자 박기량의 배경 설명이다.


     

    사실 박기량이 이번 장성우 사태의 피해자가 된 것은 좀 난데 없는 일이다.

     

    장성우의 전 여자친구가 장성우의 부적절한 사생활에 대해 폭로하는 과정에서 장성우와의 SNS 대회 캡쳐 내용을 공개했고, 그 대화내용 안에 박기량이 언급되면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진 것이다.

     

    이번 사태가 일어나게 된 배경과 과정이 어찌 되었든 박기량은 한 사람의 여성으로서 그리고 프로야구 산업에 종사하는 직업인으로서 그 규모를 가늠하기 조차 어려운 피해를 입었다.

     

    결국 한 동안 침묵하던 장성우의 전 여자친구와 장성우는 고개를 숙였다. 특히 SNS 대회에서 박기량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한 장성우는 박기량에게 장문의 사과문을 썼다. 언론들이 받아 쓰기 힘들고 언론에 보도되어도 파급력이 약한 금요일 저녁 시간에 사과문을 공개하는 사려 깊은(?) 태도가 돋보였다.

     


    과거 같았으면 대충 이쯤 되면 피해 당사자가 다음부터는 그러지마라는 메시지와 함께 용서를 한다거나 법적 대응 방침 철회를 발표했을 것이다. 하지만 박기량은 달랐다. 장성우에 대한 법적인 제재가 내려질 가능성에 관계 없이 무관용 법적 절차 진행을 천명한 것이다.

     

    박기량의 말대로 야구장에는 속된 말로 야구로 밥 먹고 사는여성들이 상당히 많다. 장내 아나운서, 기자, 방송사 캐스터와 리포터, 구단 프런트, 치어리더, 배트걸 등 다른 프로스포츠 종목에 비해 수적으로 상당히 많은 여성들이 야구로 밥을 먹고 산다.

     

    이들 모두 소속된 단체와 회사는 다르지만 이들 전체를 산업군을 기준으로 묶는다면 야구산업 종사자내지 일종의 야구 노동자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한국 프로야구가 국민 스포츠로 발돋움하는 데 있어 여성들의 공헌이 어느 정도였는지 계량화 하기는 어렵지만 남자 선수들만이 활약하는 프로야구가 건전한 여가활동의 대상이자 국민적인 오락거리로서 훌륭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었던 데는 여성들의 공헌이 지대했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라운드의 주인공인 선수들은 이와 같은 여성 프로야구 종사자들에 대해 동업자 의식내지 존중심을 가지고 대했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장성우는 그것이 결여된 선수임을 SNS 대회를 통해 드러내고 말았다. 물론 본인은 그와 같은 내용이 공개되는 것이 끔찍한 일이었겠지만 더 끔찍한 것은 장성우 스스로 그런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 자체였다.

     

    박기량 스스로 밝혔듯 그가 장성우에게서 전달받은 장문의 사과문에도 불구하고 강경대응 방침을 꺾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4년 전 우리는 아까운 여성 프로야구 방송인 한 명을 잃었다. 누구보다 프로야구 방송에 있어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여줬던 방송인이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 받는 여성 프로야구 방송인이었고, 그도 야구를 너무나 사랑하고 있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인생에 있어 가장 외롭고 공포스러웠던 순간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프로야구판에게서 버림 받았다.


    그 당시 그와 몇몇 프로야구 선수들의 사이에 대해 이런저런 소문들이 떠돌아다녔다. 그 중 사실인 것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었다. 그런 정체불명의 루머는 결국 존중심의 결여에서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야구장의 여성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들도 어느 정도 이유가 있다. 여성 야구 종사자들 스스로 자신이 지닌 성적 매력을 자신의 인지도 높이기와 인기몰이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사례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함께 야구장에서 밥 먹고 사는 여성 야구산업 종사자들 전체에 대한 존중심 결여를 정당화시킬 수 없다.

     

    사건의 정황상 이번 사태로 인해 장성우가 형사법적인 책임을 질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신의 부주의로 프로야구 선수로서의 품위를 훼손하고 이와 같은 엄청난 파문이 일어나게 한 원인제공자로서 도덕적 비난 가능성은 피해가기 어렵고, 실제로 현재 상당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성우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억울함 이전에 스스로 지닌 야구장의 여성들에 대한 부적절한 인식에 대해 반성하고 충분한 자숙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한국야구위원회나 각 구단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소양교육의 기회가 주어질 경우 이번 장성우 스캔들을 하나의 학습 사례로 다뤄볼 필요도 있다고 보여진다. 실제 사례만큼 확실한 교재는 없기 때문이다.

     

    이번 장성우 사태를 계기로 프로야구장이 여성에게 폭력적 공간이 아닌 즐거운 삶의 터전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반응형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