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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스타펜코와 함께한 코리아오픈, 그 달콤 쌉쌀한 뒷맛
    카테고리 없음 2017. 9. 27.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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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훈 스포츠칼럼니스트] 국내 유일의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대회인 ‘KEB하나은행·인천공항 코리아오픈이 지난 24일 옐레나 오스타펜코(라트비아, 세계랭킹 10)의 우승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불과 수 개월 전 그랜드슬램 대회를 제패한 세계에서 가장 핫(Hot)한 선수의 플레이를 직접 볼 수 있었다는 점 자체로 국내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가슴 설레는 경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올해 프랑스오픈 우승자인 오스타펜코는 이번 대회에 톱시드를 배정 받고 출전, 프랑스 오픈 우승 당시 세계 테니스 팬들을 경악시켰던 남자 선수들을 능가하는 강력한 스트로크를 앞세워 특유의 닥공(닥치고 공격)’ 본능을 유감 없이 발휘, 끝내 우승을 차지함으로써 국내 테니스 팬들의 기대를 100% 충족시켰다.


    오스타펜코는 이번 대회에서 8강에 오르기까지 3경기에서 단 한 세트도 허용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줬고, 준결승과 결승에서는 먼저 첫 세트를 내준 이후 두 세트를 내리 따내는 역전극을 연출하면서 더욱 더 극적인 장면들을 여러 차례 연출했다.



    특히 결승전에서 보여준 오스타펜코의 경기력은 그가 어떻게 스무살의 나이에 그랜드슬램 대회를 제패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줬다. 


    한편으로 오스타펜코는 경기중 상황에 따라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모습으로도 색다른 매력을 뿜어냈다.


    중요한 포인트를 따냈을 때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는 모습부터 마음에 들지 않은 플레이로 실점했을 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자책하는 모습, 그리고 인-아웃 판정에 불만이 있을 때 그 불만스러운 감정을 지극히 솔직한 표정을 지어 보임으로써 테니스를 보는 색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특히 베아트리스 하다드 마이아(브라질, 71)와 치른 결승전에서 타이 브레이크 승부 끝에 1세트를 내준 뒤 라켓을 집어 던진 뒤 표정을 잔뜩 일그러뜨리는 장면과 우승한 이후 두 팔을 번쩍 들고 찢어질 듯 크게 입을 벌리고 포효하는 대목은 가히 압권이었다.



    오스타펜코는 선수로서 코트 안에서 폭발적인 플레이로도 강한 인상을 남겼지만 코트 밖에서 팬들과 만나는 시간에서 코트에서와는 전혀 다른 스무살의 앳된 숙녀로서 귀엽고 발랄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오스타펜코는 이번 대회 기간 중 명동에서 한 스포츠 브랜드 매장에서 팬 사인회를 가진 것을 비롯해 경기장 내에서도 팬 사인회를 갖고 국내 팬들과 직접적인 스킨십을 가졌는데 팬들과 만남의 자리에서만큼은 테니스 스타가 아닌 옆집 대학생 같은 풋풋한 모습으로 팬들에게 사인을 해 주고 같이 사진을 찍었다.



    오스타펜코와 함께한 일주일이 국내 팬들에게 큰 기쁨이었다면 기자들에게는 오스타펜코와 함께한 일주일은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오스타펜코가 입국하는 날 인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난 오스타펜코는 공항에서의 인터뷰가 예정에 없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꺼려했다는 이야기가 이미 알려져 있는 상황이었는데 대회 기간 중 프레스룸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그렇고 시상식에서 사회자와 작은 인터뷰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오스타펜코는 인터뷰를 불편해 하고 다소 불성실해 보이는 모습을 노출했다.



    아직은 어린 나이고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시즌 투어 일정을 바삐 소화해야 하는 입장임을 감안하면 이해하지 못할 바는 아니나 프로의 세계로 뛰어든 이상 경기뿐만 아니라 코트 밖에서 언론을 대하는 태도도 달라질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내 팬들이 오스타펜코에 열광하는 사이 이번 코리아오픈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의 성적은 초라했다.


    한나래(인천시청, 세계랭킹 274) 3번 시드인 크리스티나 플리스코바(체코, 42)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지만 2회전에서 탈락했고, 한국 여자 테니스의 에이스 장수정 (사랑모아병원, 145) 1회전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이번 대회에는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로 지난 2009년 코리아 오픈 우승자인 다데 기미코가 방문을 했는데 그가 세계 톱랭커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동양인 선수였다는 점에서 새삼 우리나라엔 왜 저런 선수가 안 나올까하는 생각이 들면서 일본 테니스계가 한 없이 부러운 것이 사실이었다.


    오스타펜코와 함께 한 코리아오픈의 일주일은 달콤했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이는 한국 테니스의 현실을 확인했다는 점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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