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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승' 우리은행, 분위기는 '전패' 누구를 위한 승리인가
    카테고리 없음 2013. 11. 25.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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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자프로농구 춘천 우리은행이 지난 24일 청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B스타즈와의 1라운드 최종전에서 승리, 2013-2014 시즌 여자프로농구 1라운드를 5전 전승으로 마쳤다.

     

    경기 직후 기자회견을 위해 들어선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먼저 선수들이 경기를 너무 잘 해줬다.”며 칭찬했다.


    이어 위 감독은 지난 시즌 팀이 우승을 차지했고올 시즌 1라운드도 전승으로 마친 상황에서도 선수들에 대한 직접적인 칭찬에 인색하고 이긴 경기에서 오히려 선수들에게 그날 경기에서 못한 부분을 지적하는 등 팀 분위기가 들뜨는 것을 자제시키는 신중하고 보수적인 지도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는데 대해 입장을 밝혔다


    지난 시즌 같았으면 선수들이 이와 같은 위 감독의 지도 스타일이나 잔소리에 주눅들기도 했지만 혹독한 과정을 거쳐 디펜딩 챔피언이 된 입장에서 새 시즌을 맞이한 현재는 그런 잔소리나 지도스타일에 선수들도 그러려니 할 것이라며 지난 시즌처럼 선수들이 위 감독의 질타와 잔소리에 주눅 들거나 위축되는 일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었다.

     

    하지만 잠시 후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주장 임영희와 박혜진의 태도는 달랐다.

     

    기자들이 앞서 감독 인터뷰에서 위성우 감독이 자신의 잔소리에 선수들도 그러려니하면서 이해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해주자 박혜진은 표현을 안 해서 그렇지 상처 받는 것은 똑같다고 받아 쳐 기자회견장에 폭소가 터졌다.

     

    그러나 잠시 후 박혜진의 그 말이 결코 농담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는 다소 심각한 이야기일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박혜진에 이어 주장 임영희는 전승으로 1라운드를 마친 팀 분위기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전승을 한 팀이 아니라 5전 전패를 한듯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임영희는 감독님께서 우리가 해이해지는 것을 염려하셔서 그러시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정말 힘들다고 토로했다.

     

    지금까지 임영희가 인터뷰에서 그렇게 직접적으로 위 감독의 지도 스타일에 대해 힘들다고 표현한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그렇게 어둡고 침울한 표정 보였던 적이 없었다그 순간 한 기자가 우스갯소리로 분위기를 전환시키지 않았다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듯했다.




     


    우리은행 선수들의 사기를 위해서라도 기자들이 무슨 캠페인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어느 기자 입에서 나오기도 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지금 우리은행 선수들은 팬들만 즐거운 농구를 하고 있고, 팬들만 기쁜 승리를 이어가고 있는 셈이다.

     

    연전연승하는 우리은행의 모습에 우리은행의 임직원을 비롯한 우리은행 농구를 좋아하고 선수들을 사랑하는 팬들은 연일 함박웃음을 터뜨리지만 정작 코트에서 직접 뛰는 선수들은 지금 본인들의 행복이나 즐거움, 꿈의 실현 등의 가치와는 전혀 상관 없는 농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우리은행의 전주원 코치는 지난 시즌 선수들의 뿌리깊은 패배의식을 날려버리기 위해 위성우 감독의 그와 같은 혹독한 지도방식이 불가피했다고 이야기 한 적이 있다

     

    맞는 이야기다. 단기간에 선수들의 머릿속에 깊게 박혀 있는 패배의식을 지우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우리은행 선수들은 지난 시즌 매 경기 스스로를 의심하던 그때의 그 선수들이 아니다.

     

    박빙의 경기상황 속에서도 경기의 분위기를 잃지 않으면서 리드를 지켜낼 수 있는 근성과 힘을 갖게 됐고, 어느 순간에는 여유로움 마저 느껴지는 것이 올 시즌 1라운드를 치러내는 우리은행 선수들의 모습이었다.

     

    이와 같은 평가는 타팀 감독들이나 언론, 여타의 전문가들이 모두 공감하는 내용이다.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들어 자타가 공인하는 진정한 강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우승 이후 선수단 대부분에게 서운치 않은 수준의 연봉인상이 이루어졌던 것도 그 동안의 노력에 대한 보상이기도 했지만 올 시즌 디펜딩 챔피언으로서 현재와 같은 강력하고 관록있는 모습을 보여달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조치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은행의 팀 분위기도 이전과는 달라질 필요가 있다.

     

    팬들이 우리은행의 승리를 기뻐하고 그들의 농구에 즐거워하는 만큼 선수들도 자신들의 플레이를 즐기고 매 경기 그날 거둔 승리를 온전히 즐기고 그 기쁨을 누릴 수 있어야 다음 날, 또 그 다음 날 치르는 경기에서도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승리를 향한 의지가 팀플레이를 통해 발휘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승리에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팬들이 볼 때 즐거움은 배가될 것이다.

     

    지금처럼 경기에서 이기고도 덤덤한 표정을 짓거나 심지어는 마치 패한 팀의 선수들과 같은 표정으로 영혼 없어 보이는인사를 보내는 선수들을 보는 팬들의 흥은 반감될 수 밖에 없다.

     

    목표인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팀 분위기를 지나치게 들뜨게 하지 않으면서도 선수들의 사기를 최고조로 유지시키고 자발적인 승부욕을 이끌어내는 책임은 1차적으로 코칭스태프에게 있다.

     

    따라서 우리은행이 올 시즌 다시 한 번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기 위해 우리은행 코칭스태프가 신경을 써야 할 일은 1라운드에서 드러난 전력상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무엇 보다 지난 시즌과 달라진 팀의 위상과 모습에 맞는 변화된 팀 분위기를 조성하고 유지시키는 것이라 보여진다.

     

    이겼으면 기뻐하고 졌으면 차분함 속에 다음 경기의 승리를 다짐하는 모습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우리은행의 현재 팀 분위기는 이 같은 최소한의 자연스러움도 결여되어 있다.

     

    우리은행의 승리는 이제 팬들만 즐거운 승리가 아닌 팬들과 선수가 모두 즐거운 승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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