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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막장과 막장 사이' 김연아 열애 보도가 남긴 것
    카테고리 없음 2014. 3. 1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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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한 드라마 제작 발표회 현장에서 한 남자 탤런트와 소위 막장 드라마를 소재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막장 드라마라는 개념이 막 생겨날 때였고, 요즘처럼 기상천외한 막장 스토리가 만들어지기 보다는 그저 남녀 사이의 비정상적인 불륜 정도가 충격적인 스토리로 받아들여지던 때였다.

     

    마침 기자와 이야기를 나눈 탤런트는 불륜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 자주 출연했던 배우였는데 기자가 요즘 막장 드라마가 왜 이렇게 많이 나오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지체 없이 보는 사람들이 많으니까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까?”라고 반문, 결국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다는 해석을 내놨다.

     

    사실 그 말이 맞다. 막장 드라마는 다른 말로 욕 하면서 보는 드라마라고 할 수도 있겠다.

     

    드라마의 내용이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렵지만 내용 자체가 윤리적으로 논란을 불러오거나 비난 받을 만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만 스토리 자체가 흥미진진하다 보니 욕을 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점에서 그렇다는 말이다.  



     

    파파라치 매체’ <디스패치>를 통해 김연아 열애 보도를 접한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어땠을까?

     

    처음 기사를 접한 사람들은 놀랍다는 반응이었고, 김연아의 소속사에서 열애 사실을 인정했을 때만 하더라도 축하할 일이라는 반응과 함께 동계올림픽이 끝난 시점에 보도를 해준 디스패치의 배려를 칭찬하는 사람들까지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김연아의 데이트 장면이 담긴 동영상이 TV를 통해 방영되고, 각종 확인되지 않은 악의적 루머와 댓글로 인터넷 공간이 도배되다시피 하고, 이에 김연아의 소속사에서 법적 대응 방침을 밝히자 여론은 급변했다.

     

    김연아가 아무리 유명인이라고는 하나 그의 사생활을 6개월간 지속적으로 추적해 대중들에게 공개한 것은 김연아와 그의 연인 김원중의 사생활을 지나치게 침해한 것으로 기본권 침해이자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행동이었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사실 사람들 대부분은 처음 김연아의 열애 사실이 공개됐을 때부터 디스패치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 같은 보도를 할 수 있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었다.

     

    김연아와 그의 연인이 데이트를 하는 하는 장면이 담긴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집요하게 김연아의 사생활을 쫓았을 디스패치를 욕하면서도 그 사진과 기사 속의 내용에 빠져들었다.

     

    이런 면에서 보면 김연아 열애 보도와 보도는 막장 드라마와 닮아 있다. 굳이 이름을 가져다 붙이자면 막장 특종쯤 되는 셈이다.

     

    문제는 TV 속 막장 드라마와 이번 디스패치의 김연아 열애 관련 막장 특종은 분명하고 심각한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막장 드라마에서 벌어지는 일은 그야말로 허구고 시청자들이 한 번 소비하고 나면 현실에서 그 드라마로 인한 어떤 실제적인 현상이 일어나지 않지만 막장 특종 내지 막장 보도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당하는 인권 침해 내지 명예훼손은 그야말로 실제상황이라는 사실이다.

     

    지난 11일 디스패치의 한 기자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번 김연아 열애 보도와 관련, 사생활 침해 문제 제기가 일어나고 법적 책임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대해 김연아 정도의 톱스타는 그 정도 사생활 침해는 감수해야 한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

     

    디스패치는 한 가지 심각한 착각을 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김연아를 디스패치의 주요 취재원인 유명 연예인들과 김연아를 완전히 동일선상에 놓고 있다는 점이다.

     

    김연아가 유명인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그는 다른 유명 연예인들과 활동 목적 면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는 스포츠 선수다.




     

    연예인들이 매니저까지 두고 여기저기 얼굴을 알리고 자신의 끼를 보여주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모든 목적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기 위함이라면 김연아의 경우는 지금까지 그가 했던 거의 모든 활동이 스케이팅 선수로 활동하기 위함이었다. 대중적인 인기는 스케이터로서 김연아가 이뤄낸 여러 업적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따라 붙은 것일 뿐이다.

     

    김연아가 CF를 좀 찍고 가끔 방송에 출연해 대중들에게 스포츠 스타로서가 아닌 연예인 비슷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하여 김연아를 연예인과 동일시 하는 것은 대단히 심각한 착각이라는 말이다.

     

    더군다나 디스패치는 일반인과 다름 없는 김연아의 연인 김원중의 신상과 외모를 그의 동의도 받지 않고 그대로 공개해버렸다. 그렇다면 김원중도 톱스타 김연아의 연인이라는 이유로 그 정도 사생활 침해는 감수해야 하는 것일까?

     

    현재 디스패치의 태도는 도둑이 어떤 가게를 수 개월간 지속적으로 들락거리며 값비싼 물건을 훔치고 난 뒤 이런 유명한 가게가 그 정도 도난은 감수하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팩트를 위해 사진을 대체할 만한 대안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디스패치의 입장이다. 하지만 남의 사생활을 몰래 촬영하는 것은 엄연한 불법이다. 따라서 디스패치가 김연아의 열애를 증명하기 위해 훔치듯 얻은 사진은 불법적 증거에 다름 아니다.

     

    불법적으로 얻은 증거는 증거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는 것이 현행 형사소송법 규정이고, 이를 법원이 따르고 있음을 떠올려 본다면 디스패치의 김연아 열애 보도는 막장 특종내지 불법 특종’으로 결코 온전한 언론의 보도로 인정 받을 수 없다. 

     

    대다수 매체들이 유명인들의 열애설을 보도하면서 그 사실을 증명하는 방식은 오랜 기간 보도와 부인, 그리고 거듭된 증거의 제시를 통해 어렵사리 이뤄진다.

     

    과연 이런 매체들이 디스패치와 같은 취재방법을 몰라서 안 하는 것일까?

     

    알아도 쓰지 않고, 할 줄 알아도 하지 않은 언론의 분별력과 자제력이야 말로 오늘날 유명인들의 사생활을 다루는 매체들에게 필요한 덕목이 아닐지 한 번쯤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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