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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연아만 받으면 끝? 씁쓸한 '체육훈장 이슈' 실종
    카테고리 없음 2014. 3. 2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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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겨퀸’ 김연아(24)를 앞세운 체육훈장 서훈 기준 이슈가 급격히 수면 밑으로 가라앉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례 규정 적용을 통해 김연아에 대한 청룡장 서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체육훈장에 대한 이슈가 묻히고 있는 분위기다. 

    물론 평창스페셜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공로를 인정받아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훈한 나경원 전 의원에 대한 청룡장 서훈이 법 규정상 근거가 없는 서훈이었다는 논란과 청룡장 서훈 기준을 훌쩍 넘긴 포인트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대한수영연맹의 추천이 없어 청룡장을 수훈하지 못하고 있는 ‘마린보이’ 박태환에 관한 논란이 잠시 고개를 들었지만 이내 관련 기관들의 해명과 대책 마련 발표에 따라 논란은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결국, 이에리사 의원이 체육훈장 서훈 기준의 상향 조정에 대한 재조정을 위해 띄우기를 시도한 이슈는 본래의 의도는 실종된 채 ‘누군 주고 누군 안 주냐’는 식의 형평성 논란으로 변질돼 사안의 본질은 건드려 보지도 못한 채 용도폐기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체육훈장 문제는 이렇게 쉽게 용도폐기 될 만한 사안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진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하는 사안이다. 물론 문체부는 청룡장 수여 추진과는 별개로 안전행정부와 서훈기준 개선을 지속 협의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문체부가 안행부와 협의할 문제가 단순히 체육훈장 서훈에 필요한 ‘포인트’의 높낮이 문제라면 이는 좀 곤란하다는 점이다. 최근 불거진 체육훈장 서훈기준 논란을 접한 사람들 가운데 상당수는 과연 대한민국의 체육훈장이라는 것이 국민들이 그 동안 이해해 왔던 훈장의 의미와는 매우 동떨어져 있음을 지적했다. 한 마디로 대한민국의 체육훈장은 훈장이 아니라 학창시절 학기말에 주어지는 우등상장 같은 것 같다는 지적이었다. 

    분명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나이와 경력에 상관없이 올림픽에서 또는 세계선수권에서 따낸 메달에 따라 포인트를 부여해 일정 포인트 기준이 넘으면 훈장의 등급이 결정되는 현재의 체육훈장 서훈기준은 진정한 의미의 훈장이 아니라 마치 한 학기 내지 한 학년 동안 성적이 일정 기준 점수를 넘으면 받게 되는 우등상장 내지 학업성취상과 다를 바 없다는 지적에 수긍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체육훈장의 서훈은 상훈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상훈법 제17조의4(체육훈장) 규정에 따르면, 체육훈장은 "체육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체육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 사람에게 수여하며 이를 5등급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현재 체육훈장 서훈 기준은 사실상 현역 선수와 지도자를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훈법에 명시된 대로 체육 발전에 공을 세워 국민체육의 위상을 높이고 국가 발전에 이바지한 공적이 뚜렷한지 여부를 판단하고 그에 따라 해당 종목의 협회나 연맹이 훈장의 서훈을 추천하기 위해서는 해당 선수가 현역 선수 기간 외에 은퇴한 이후에도 선수 시절의 품위와 명예를 지키면서 지속적으로 한국 스포츠 발전을 위해 헌신했는지를 종합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국내 체육계가 국제대회 입상 포인트 합산만으로 훈장을 서훈하다 보니 서훈 기준은 다른 분야에 비해 명확한지는 몰라도 지금까지 1등급 체육훈장인 청룡장을 수훈한 체육인만 해도 318명, 전체 등급의 체육훈장 수훈자가 4,770여명에 이르게 됐다. 

    반면 문화인들에게 수여하는 문화훈장 수훈자수는 같은 기간 1,160여명이고, 최고등급의 문화훈장인 금관 문화훈장 수훈자는 84명에 불과하다. 체육훈장 수훈자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대목에서 체육계 쪽에서는 단순히 수훈 인원만을 놓고 단순 비교하는 데 대해 불만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체육훈장이 체육이라는 한 분야에 국한된 훈장인데 반해 문화훈장은 문학 음악 미술 언론 등 한 분야만 해도 평가할 부분이 방대한 문화예술의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는 점을 떠올려 본다면, 체육계 보다는 오히려 문화계 쪽에서 서운함을 가질 수 있다. 

    문화훈장 가운데 최고 훈장인 금관 문화훈장을 수훈한 사람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소파 방정환선생, 고 유현목 영화감독, 임권택 영화감독, 김소월 시인, 서정주 시인, 김춘수 시인, 고 황순원 소설가, 고 박경리 소설가 등으로 이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활약한 기간이나 해당 분야에서 이룬 위대한 업적과 공로를 떠올려본다면 이들이 최고 등급의 훈장을 수훈하는 데 이의를 제기할 만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이들에게 최고 훈장을 서훈하는 데 있어 숫자로 나타나는 명확한 포인트 기준이나 기타 계량화 된 기준이 적용되지는 않았을 테지만 이들의 최고 등급 문화훈장 수훈에는 누구라도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체육훈장 청룡장 수훈자들의 업적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연 지금까지 체육훈장 청룡장을 수훈한 사람들 중 이 같은 대중적 공감대 속에 객관적인 검증 작업을 거쳐 훈장을 수훈한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현 상황에서 체육훈장 서훈기준을 다시 이전 수준으로 되돌려 놓자는 이에리사 의원과 일부 체육인들의 목소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두 개 이상 따낸 선수라면 누구나 훈장을 서훈해도 될 만큼, 한국 스포츠 발전에 지대한 공헌을 한 선수들인 것은 맞다. 

    하지만 그런 업적이 자동으로 최고 등급의 체육훈장 수훈으로 이어지는 것은 문화훈장 등 다른 분야 훈장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 신중하게 생각해 볼 문제다. 다른 등급의 훈장도 마찬가지다. 또한 오로지 선수나 지도자 등 체육인들만 한국 스포츠에 기여했다는 식의 논리를 기초로 하고 있는 체육훈장 서훈기준 역시 진지한 토론을 통해 고쳐나가고 합리적인 입법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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