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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태환, 수영장 밖 세상과 맞서야 ‘재기의 문’ 열린다
    카테고리 없음 2015. 3. 31.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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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환(26)이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 앞에 금지약물 사건의 자초지종과 사건 이후 현재까지 심경, 그리고 사죄의 뜻을 밝히는 자리를 가졌다. 

    앞서 박태환은 테스토스테론 성분이 함유된 주사를 투여 받은 것이 적발돼 국제수영연맹(FINA)으로부터 18개월간 선수자격 정지의 징계를 받았다.

    27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박태환은 사전에 작성한 사과문에서 "늘 좋은 모습, 웃는 얼굴로 만났는데 이렇게 불미스러운 일로 인사를 드리게 돼 말로 다할 수 없이 죄송하고 무거운 마음"이라고 말문을 연 뒤 "스스로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부끄러울 따름이다.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박태환은 "올림피언으로서 약물을 처방 받는 과정에서 좀 더 체크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을 후회한다. ‘왜 너 같은 선수가 네 몸에 그런 성분이 들어오는 것을 방치했느냐’는 질문을 청문회에서 가장 많이 받았다”며 “고의성 여부를 떠나 대표 선수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 진심으로 반성한다. 수영장 밖에 세상에 무지했다. 과정이 어찌 됐든 나의 불찰"이라고 말해 사건의 책임이 자기 자신에 있음을 인정했다.

    사건 발생 이후 지난 몇 개월이 매일매일 지옥 같았으며 문제의 주사를 투여하는 상황에 까지 이르는 과정에 대해 후회하고 반성했음을 비교적 담담한 어조로 털어놨다.

    하지만 박태환은 2016 리우 데 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포함한 자신의 미래에 대해 언급 하는 과정에서 참았던 눈물을 쏟고 말았다. 

    그는 "올림픽 출전의 길은 열렸지만 아무 것도 정해진 것은 없다"며 "2004년 처음 태극마크를 단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약물에 의존하거나 훈련 이외에 다른 방법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지난 10년간 모든 영광들이 물거품이 되고 모든 노력들이 약쟁이로"라는 대목까지 발표문을 읽다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한동안 말을 이으려다 멈추는 상황을 반복하다 겨우 감정을 정리한 박태환은 "(약쟁이로) 치부되는 것에 대해 억울하지 않냐고 말한다. 반드시 재기하란 말도 들었다. 모든 말을 깊이 새겨듣고 있다"며 "이 모든 것은 제가 평생 스스로 감당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태환은 이어 올림픽 출전을 포함한 선수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해 대한수영연맹과 가족들의 의견을 들은 뒤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제 FINA의 징계도 결정됐고, 그 동안 직접 입장 표명을 하지 않았던 사건의 당사자 박태환 본인이 직접 국민 앞에 사과까지 했다. 

    지금 이 사건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가장 큰 관심은 역시 대한체육회가 박태환의 내년 리우 올림픽 출전을 위해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1장 5조 6항(체육회 및 경기단체에서 금지약물을 복용, 약물사용 허용 또는 부추기는 행위로 징계처분을 받고 징계가 만료된 날로부터 3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는 대표 선수 및 지도자 활동을 할 수 없다)을 무효화 할 지 여부에 쏠려 있는 상황이다. 

    사실 국내 한 법무법인의 변호사들이 문제의 체육회 규정이 ‘이중처벌’로서 원천무효라고 지적하고 체육계 내부에서 연내에 관련 규정을 손질할 뜻을 언론에 흘릴 때까지는 박태환에게 마지막 올림픽 출전 길을 열어주는 문제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특정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작년 7월에 마련된 규정을 단 한 명의 선수에게도 적용해 보지 않고 8개월 만에 폐기 처분하는 것은 명백하게 부당한 특혜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 청문회를 마치고 귀국한 대한수영연맹 이기흥 회장 역시 박태환의 통렬한 반성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밝히면서 규정 개정 움직임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이다. 

    물론 박태환에게 여전히 올림픽 출전의지가 남아 있기만 하다면 그에게 올림픽 출전 기회가 주어질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하지만 변수는 있다.


     

    이날 박태환이 기자들과의 질의응답 순서에서 밝힌 내용 가운데 문제의 병원을 처음 찾게 된 계기와 치료의 내용, 그리고 네비도 주사 투여 시기와 횟수, 주사제에 금지성분이 포함된 사실을 알았었는지 여부 등 몇 가지 부분에서 기존에 알려졌던 내용과 다른 부분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그동안 도핑 문제에 있어 결벽증에 가깝게 조심해왔던 박태환이 생전 처음 맞는 주사제의 이름이나 주요 성분 등을 체크하지 않았다는 부분은 여전히 분명 믿기 어렵고 설득력도 떨어지는 것도 사실이다. 

    박태환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대로 ‘수영장 밖 세상에 대한 무지’때문이라고 보기에는 수영선수라는 박태환의 직업과 문제의 주사가 가진 연관성이 매우 높다. 박태환의 직업을 고려할 때 문제의 주사를 투여 받은 일이 결코 ‘수영장 밖 세상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현재 진행 중인 형사소송, 즉 박태환 측이 문제의 주사를 투여한 병원을 고소한 사건의 소송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보이는데 이 과정에서 박태환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의 사실 여부도 가려지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박태환이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과 다른 사실이 밝혀진다면 문제의 체육회 국가대표 선발규정이 무효화 돼 더 이상 박태환의 발목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되더라도 박태환 스스로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박태환이 기자회견에서 흘린 눈물에 진정성 있다 하더라도 그가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에 문제가 있다면 더 이상의 관용을 기대하기 어렵다. 

    도핑 스캔들의 원인발생과 사건 발생, 그리고 FINA 청문회와 기자회견까지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 박태환은 직접 문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서기 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서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의존하는 모습으로 비쳐진 것이 사실이다. 

    박태환을 기자회견에서 울컥하게 만들었던 ‘약쟁이’라는 비난은 대다수 국민들의 비난이 아닌 일부 몰지각한 ‘키보드 워리어’들의 망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박태환은 이와 같은 표현을 자신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로 인식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런 모습도 박태환이 사건 전면에서 상황을 냉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음을 엿보게 하는 모습이다. 

    박태환은 더 이상 10대 소년이 아니다. 더 이상 ‘수영장 밖 세상’에 대한 회피나 무지는 곤란하다. 직접 챙기고 직접 맞서고 직접 책임져야 한다. 박태환이 겪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국민의 관심사이기 이전에 박태환 자신의 인생이다. 스스로 좀 더 무거운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할 때다.


    <본 칼럼은 인터넷 뉴스 '데일리안'에 송고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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